때 아닌 연탄보일러 호황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8-29 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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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김문수 최근 박근혜 대표와 함께 우리나라 최대의 연탄보일러 공장인 우리지역 부천 목화정공을 방문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공장이라고 해봐야 300평 짜리 부지에 직원이 고작 40명 뿐이다.
그것도 한국인은 25명 뿐이고, 파키스탄 7명, 중국 5명, 베트남 4명이다.
연탄보일러 생산대수는 하루 100대정도다. 시설은 프레스 15대, 용접기 8대, 로라 3대가 전부다.

김흥중 사장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공장이라고 해도 현대식 건물이 아니고, 낡은 스레트건물과 컨테이너와 천막 뿐이다.
우리나라의 연료는 나무 > 연탄 > 기름 > 가스로 발전해 왔다. 그러니 요즈음 누가 연탄보일러를 만들겠는가?

이 공장도 부도가 나고 어려움에 빠졌었는데, 마침 5년 전 중국 만주지방 추운 곳으로 팔려나갔던 연탄보일러가 북한지방으로 건너가게 되어서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김흥중 사장은 3년전에 평양에 연탄보일러 200대를 보냈다.

올해에는 고성지방 민가에 이 공장 연탄보일러를 전달하러 가는 길에 나와 국회의원 몇명이 동행하게 되었다.
북한은 지금도 나무가 땔감이기 때문에 연탄보일러는 북한에서 조용필 보다 더 인기가 좋다.
그런데 지금 우리 남한에서도 때 아니게 연탄보일러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주문량의 1/3도 만들어 내지 못할 정도란다.

주 연료가 가스로 바뀐 지 오랜데 이제 와서 거꾸로 연탄보일러 주문이 몰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스 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기름 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최근 가스, 기름 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돈이 궁하기 때문이다.
작은 방에만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35평 이상 되는 빌라,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서도 연탄보일러로 바꾸고 있다.
없어서 못팔 지경이란다.
이제 당장 북한에 보낼 연탄보일러는커녕 남한땅에서 팔 연탄보일러조차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며칠전 “우리나라 빈곤층은 716만명으로써,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4.6%나 된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은 “올해 1분기 빈부격차가 1982년 통계작성 이후 최악”이라고 발표하였다.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니, 일자리가 없고, 장사가 안 되고, 공장은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탄보일러가 잘 팔릴 수밖에 없다.

북한에 연탄보일러를 보내며, 북한 정부의 무능을 탓했던 내가 이제는 남쪽의 빈곤층이 연탄보일러를 너무 많이 주문해서 물건을 댈 수 없다는 ‘즐겁고 서글픈 비명소리’를 듣게 되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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