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대격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9-04 20: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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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철국회의원 멀리 보면 옳은 길입니다.

선거구제 개편과 연정을 위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할 수도 있다는 대통령의 제안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방법이 적절치 못하다, 실효성이 있을지 회의적이다, 위헌이다, 경제부터 챙겨야 한다 등등 다양한 반대 논리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른바 ‘정체성의 문제’가 특히 민주개혁세력을 고민하고 주저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이 부분에 대한 망설임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지는 지금의 한나라당에게 권력을 그냥 넘겨주겠다거나 수구세력과 야합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구기득권세력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생산할 수 있는 토양인 지역주의를 무력화함으로써 그들을 무장해제 시키고, 그 자리를 건전한 보수세력이 대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냉전과 독재의 잔재를 벗고 영남 지역주의와 결별한 건강한 보수세력을 대화와 협력의 파트너로 삼아서 정책과 노선으로 경쟁하는 정치를 해보자는 것입니다.

지난 시기 군사독재 세력과의 험난했던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다면, 이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시키자는 것이 대통령의 뜻입니다.

오늘날 민주개혁세력 앞에 놓여진 과제는 수구세력의 타도가 아닙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더 높은 단계로 심화발전 시키고, 경제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시장경제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치의 선진화야말로 그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정작 가벼운 것은 그들입니다.

대통령더러 경박하다고 탓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취지와 진정성은 알겠는데, 문제제기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되지!”라며 짐짓 나무랍니다. 요컨대, ‘대통령의 직을 건다’는 것이 너무 경솔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내어놓으면서까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민주개혁세력의 대의에 복무하고 시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무겁고 비장한 결단입니다.

민중의 퇴진투쟁에 직면한 독재자도 아닌데, 최고권력자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자청해서 권력을 내놓겠다는 것이 우리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낯선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가벼움’으로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대통령의 결단을 형식논리를 들이대며 싹둑 잘라버리는 태도야말로 정작 참을 수 없는 가벼움입니다.

대통령의 결단은 실현될 것입니다. 아직은 대통령이 외롭게 보입니다. 그의 결단을 이해하고 호응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마침내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되어 낡은 정치를 휩쓸고 굽이쳐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 정치의 대격변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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