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면회는 한 쪽이 다른 쪽을 찾아가서 만나는 일방향의 뜻을 내포하고 있지요. 예컨대 교도소에 있는 수형자,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자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또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직자를 찾아가서 신청을 하고 허락을 받아 만나는 경우 면회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경우 영어로는 Interview 또는 Visiting Call 정도로 표현합니다.
이와 달리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은 특정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한 뒤에 양측이 그 곳으로 가서 만나는 양방향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는 경우이므로 면회라는 낱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어로는 Reunion 이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는 ‘재회’ 또는 ‘상봉’이라고 표현해야 옳지 않을까요?
8월31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측 일행은 하루 전인 8월 30일 서울을 출발하여 휴전선 접경의 금강산 콘도에서 묶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10시 쯤 북측으로부터 느닷없이 행사시간을 다음 날 오전 9시30분으로 앞당기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이튿날 일정을 부랴부랴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착공식이 끝난 뒤 무료하게 1시간 이상을 금강산에서 허비해야 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당초에는 착공식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현대아산의 현정은 회장이 축사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만, 북측에서 일방적으로 경과보고와 축사를 취소해 버렸습니다.
UN 총회의 세계국회의장회의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각국 국회의장에게 5분간 주어지는 총회의 기조연설을 할 수 없지요. 예외적으로 국회 부의장이 연설을 하려고 해도 준비위원회의 승인을 미리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총회 하루 전에 열린 준비위원회에서 북한의 주UN 대표부는 박길연 북한대사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을 대신하여 기조연설을 하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했습니다.
우리는 준비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고, 결국 일부 국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길연 대사의 기조연설이 어렵게 허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92번째로 연설하게 된 북한 박길연 대사는 총회장에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최근 북한이 많이 변했다거나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얘기를 꽤 듣습니다만, 외교 관례나 국제규범, 아니 사람끼리 어울리는 일반적인 관행조차 무시하는 북한의 행태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북한이 정상적인 만남과 대화의 상대로 복귀하기를 기원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