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낸 사람 맞냐? 얼마 냈냐? 언제 냈냐? 혹시 법인 돈 아니냐?
월급이 얼만데 그만큼 냈냐? 전화기 저편에서 나오는 물음은 대체로 대동소이합니다.
여러분들이 명절 끝에 한참 일분위기로 몰두할 무렵 국가기관으로부터 이런 난데없는 전화를 받는다면 기분이 어떠시겠습니까?
이런 전화를 받고도 올바르고 깨끗한 정치를 위해 소득의 일부분을 정치인에게 내시겠습니까?
절대선인 선관위에 대해 절대 악인 정치권이 정치현장에서 선관위와 만날 때 느끼는 감은 때때로 모든 정치행위가 선관위 직원들 책상위에 올려진 서류작성에 맞춰지기 위해 재단당하고 있는 느낌 그대로입니다. 전생의 업을 소멸하지 못한 정치권의 죄지요.
담당은 미처 그런 것은 생각지 못해 죄송하다는 얘기고 선관위지역책임자의 대답은 선관위에겐 그럴 권한이 있고 관행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선관위에게 쥐어준 권한과 관행이 있다면 불·탈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과 집행일겁니다.
국민들이 선관위에 그런 권한을 부여한 정신은 불법행위는 엄격하게 단속하라는 명령이지 법테두리 내에서 내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을 후원하는데 선관위가 사생활 캐기 식 감독과 감시를 하라는 얘기는 아닌 걸로 생각합니다.
설령 법인자금으로 정치자금을 냈거나 부정한 돈으로 정치자금을 냈다고 하더라도(현행법상 법인은 정치자금을 내지 못합니다) 선관위의 엉뚱한 전화에다 대고 ‘네, 제가 제 돈 낸 게 아니고 불법으로 정치자금 냈습니다’라고 할 사람이 있겠는가요?
상상하기로는 선관위 담당직원들이 명절 끝에 모든 정치자금기부자들에게 이런 식의 몹시도 황당하고 유쾌할 리 없는 전화 한통씩을 하고나서 상급선관위로 서류상 여러 가지 보고를 할 겁니다. 명절전후 불·탈법정치자금기부행위 현장보고라는 이름으로요.
상급선관위는 이런 식의 보고를 집계·발표해서 언론에 기사를 내보내면 선관위는 명절전후 금품타락을 예방하고 깨끗한 정치자금을 위해 엄격한 조사권을 발동한 역시나 미더운 기관이 되고 정치권은 국민들로부터 표로도 돈으로도 외면당하는 이 사회의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겁니다.
여든야든 정치권은 국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하는 존재들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정치가 있어야 선거도 있고 선거가 있어야 선관위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선관위가 국민들과 정치권의 커뮤니케이션을 훼방하고 정치를 없앤 다음엔 스스로 어디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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