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은 구속하지 않으면 당연 도주한다. 그러나 강 교수는 도망갈 일이 없다. 증거를 인멸할 일도 없다.
그의 주장은 공개되어 있고 조작할 수 없는 불변의 것이다. 그의 신념을 처벌하겠다면 기꺼이 감수할 것이고 동조자들은 그를 영웅시할 것이다. 구속은 오히려 그들이 원하는 바일지도 모르겠다.
천 장관 뿐만 아니라 그의 불구속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강 교수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이 사안을 둘러싼 여론의 분열상은 마치 강 교수의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싸움처럼 오도되고 있다. 그 와중에 강교수의 주장에 대한 찬반토론과 기소문제는 어디론가 실종되고 없다. 이 얼마나 한심하고 후진적인 넌센스인가?
도대체 이런 웃기는 넌센스를 연출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문제의 발단을 제공한 강정구 교수류의 극좌파들과, 그를 구속시키라고 아우성치다가 장관의 불구속지휘를 국기 문란으로까지 비화시켜 정쟁거리로 만든 극우파들의 합작품이다.
강 교수의 글 전문 중 압권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전쟁이 빨리 끝나 인명피해가 최소화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는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거야말로 정신병자 같은 소리가 아닌가? 마치 히틀러가 일으킨 2차 대전에 연합국들이 항전하지 않고,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수천만명이 죽지는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와 무엇이 다른가? 하물며 이 땅의 우리 문제인 바에야 더 무엇을 말하겠는가?
비슷한 극단의 정신병적 주장들은 수구파들도 하고 있다.
연전에 조갑제씨가 군부의 궐기까지 교묘하게 선동한 적이 있다. 과거 역사에 대한 평가 차원을 넘어서 현재의 국법 질서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한 고발도 있었지만 그가 구속되기는 커녕 기소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다. 하지만 나는 그를 사법처리하지 않은 것이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강정구나 조갑제 같은 사람들의 주장은 정상적인 것들이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우리 사회의 다수는 그들처럼 극단적인 사고를 갖고 있지 않다고 나는 믿는다. 그들의 선동이 먹혀들 만큼 그렇게 어리숙한 사회가 아닌 것이다.
극우, 극좌의 주장은 50년 전의 경험에 의한 것이든, 관념적 급진성에 의한 것이든 편집증적 극단주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극단적 주장들이 갈 곳은 감옥이 아니라 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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