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엔 예외란 없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1-09 19: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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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생활안전과 경사 김용운 갑자기 ‘때르릉’ 하는 소리가 쉼 없이 거칠게 아파트 복도를 울려대는 소리에 잠을 깨니 새벽 5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순간적으로 ‘또 화재경보기가 오작동을 하는구나’하고 못들은 체하고 잠을 청하려다가 순간적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파트 난간에 나가 창문을 열고 위, 아래를 쳐다보며 ‘연기 같은 것이 보이나’ 하고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고 주민들의 동요도 전혀 없었다.

그 이후로도 계속 경보기가 멈추지를 않아 관리실에 인터폰을 여러 차례 했지만 경비원 아저씨가 순찰을 도는지 인터폰을 받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현관 밖으로 나와보니 14층과 15층에 있는 화재경보기가 작동해 그 소리가 요란하다 못해 귀가 따가울 정도였지만 그래도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해하며 나와보는 주민들은 없었다.

다들 제 집에서 아무 일이 없으니 별일 아니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에 나와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임시방편으로 화재경보기함을 열고 비상벨과 연결된 선을 강제로 뽑다시피 빼니 소리가 일순 조용해지고 아래층에 있는 화재경보기마저 임시방편으로 선을 뽑아 조치 아닌 조치를 한 일이 있다.

지금 경찰에서는 부산에서 개최할 예정인 APEC회의를 앞두고 비상근무 체제로 돌입했다고 연일 발표하고 있다. 최근 런던과 발리, 뉴델리 등 지구촌 여러 곳에서는 대상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테러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일부 단체에서는 대규모 APEC 반대시위까지 계획하고 있어 APEC 행사에 대비하는 경찰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행사에는 21개국 정상과 관계자만 해도 6000명이 넘는 규모라고 하며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 여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진대 일부 국민은 이런 경찰의 고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니 말이다. 테러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아파트 주민이 화재경보기가 그렇게 요란하게 울려대도 나와보지 않듯이 국민들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테러에 대해 어느새 불감증이 걸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APEC 행사로 많은 지역경찰관이 부산지역으로 지원하는 관계로 경찰서와 지방경찰청 일근 근무자들이 부족한 치안공백을 메꾸고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일과근무 후 일선 지구대 지원근무에 앞서 희망근무처를 파악한 일이 있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 치안공백에 대한 우려에 앞서 그저 집 가까운 곳에서 안이하게 근무를 하겠다고 자처한 나 자신 역시 안전불감증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근무지를 바꾸었던 기억에 참으로 겸연쩍기가 그지없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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