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한 주일 동안 마치 네가 네 번째 별에서 만났던 돈세기에 바쁜 사업가와 흡사한 일을 했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자주 하면서 예산심사를 했지.
어린왕자!
세상에는 네 부류의 일꾼이 있는데, 장 먹고 일 잘하는 일꾼은 1등, 잘 먹지도 못하는데 일 잘하는 일꾼은 2등 (곧 쓰러질 것이니까 2등). 잘 먹지도 않고 일도 잘 못하는 일꾼은 3등. 잘 먹고 일은 못하는 일꾼은 4등!
우리나라의 고위 관리들은 어떨까?
아주 예전에 국회에서 예산심사를 하던 때의 한 가지 ‘일화’는 여야의원들이 술집에서 술마시며 기분 내키는대로 ‘그까이꺼 대충’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땅땅땅 통과시킨 일도 있다는 거야. 들은 이야기지.
지난 한 주일 동안 내가 속한 예산소위원회에서는 여야 6명의 의원이 2000만원을 더 깎자느니 안된다느니 하며 한 개 예산항목을 놓고 10여분씩 줄다리기 하기가 일쑤였어.
우리는 국회에 처음 들어온 초선의원들이라 그렇게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아침부터 자정까지 싸우며 화해하며 예산안과 씨름을 했지…….
그런데 전체 예산을 다루다 보니. 실세(實勢)이거나 혹은 실세(失勢)를 두려워하는, 정치인들과 관련된 예산 수십, 수백, 혹은 수천억 원이 요지부동의 방어와 공세를 취하며 살아남곤 하더군!
이해할 수 없는 재정지출계획도 많았지.
예를 들면 지금 서울 광화문의 위치가 옛날 광화문의 자리와 달라서 헐어 버리고 새로 짓자는데, 우선 첫해에 광장조성에만 150억원이 필요하다더군. 광화문이 서 있는 자리가 지금의 위치면 어떻고 옛날의 위치면 어떤가.
전기료를 못 내서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고 살다가 참변을 당한 아이의 이웃들에게 물어보고, 치료비가 없어서 죽어가는 가족을 바라보며 우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아직도 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낙후지역의 국민에게 물어보고서 써야 할 돈이 아닐까?
150억원. 그 예산은 어떻게 마련된 돈인가? 국민의 유리지갑을 턴 세금!
투자처를 못찾는 돈이 우왕좌왕하는 나라에서 부동산을 사고 파는 투기 열풍을 기회로 받아내는 세금!
예산에 쓰이는 돈의 주인은 국민 모두인 것이지.
그렇다면 공복인 관료는 그 예산을 바로 세우고 알뜰하게 써야 하겠지?
자세히 살펴 보니, 예산 항목마다 용역비 조사비, 웬 토론회 세미나비는 그렇게 자주 보이고, 소식지 발간비, 초청비, 여행비 심지어 만찬회 비용까지 그렇게 많이 편성돼 있는지.
국가가 주는 많은 공록을 먹으면서 일을 잘해야 1등 일꾼이지.
내 돈이냐 네 돈이냐식으로 예산만 확보하려고 하지 않는게 공복의 도리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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