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기익(己飢己溺)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1-09 19:28:2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공성진(한나라당 의원) 기기기익(己飢己溺). 남이 굶주리면 자기가 굶주리게 한 것과 같이 생각하고, 남이 물에 빠지면 자기로 인해 물에 빠진 것처럼 생각한다는 뜻입니다.《맹자(孟子)》〈이루하(離婁下)〉 ‘우직안회동도장(禹稷顔回同道章)’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의 우리는 이러한 옛 성현들이 강조한 기기기익의 자세보다는 타기타익(他飢他溺)의 마음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길거리의 노숙자도, 경제적 어려움에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모든것을 그들 자신의 무능과 책임으로 돌리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은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생각해 볼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금 많은 국민들이 고통 속에 있습니다. 정치는 불안하고 물가는 치솟아 서민경제가 말이 아닙니다. 북한 핵문제도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과연 누구의 책임이겠습니까?
우리 정치인도 ‘기기기익’이라는 말처럼 국민들의 고통을 자신의 책임으로 느끼고 그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자신이나 당리당략을 좇아 행동하기보다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자세를 갖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기기기익’의 ‘내 탓이오’라는 자세보다는 항상 남의 탓만 하며 자신의 실정을 야당과 언론, 그리고 이들의 선동에 현혹됐다고 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탓으로만 돌려왔습니다.
지난 1일 청와대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천지교태’(天地 交泰)를 꼽았습니다. 물론 좋은 말입니다. 하늘과 땅의 마음이 서로 화합하여 서로 상통한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나 저는 지금의 청와대에 필요한 사자성어는 ‘천지교태’보다는 ‘기기기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고통을 먼저 헤아려 주고 그 책임을 느껴 더 분발하는 것이 천지교태를 이루는 지름길일 테니까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이제 임기반환점을 훌쩍 넘어 벌써 취임 3주년을 맞습니다. 모두가 하는 말이지만 이제는 하산을 준비하는 시점입니다. 산에 오를 때보다 산에서 내려올 때를 더 조심하라는 말도 있지요.
그러나 최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에서 조차 그토록 반대해온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소식을 접하면서 노 대통령께서 생각하시는 천지교태는 결국 국민은 없고 코드 맞는 소수 인사들과의 화합과 상통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실망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다른 무엇도 좋지만 올 한해만큼은 ‘기기기익’하여 주시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저 또한 항상 ‘기기기익’의 자세로 올 한해 우리나라가 안정을 되찾고 국민 모두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정치를 하는데 온 힘을 쏟겠습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서도 폭설 피해 주민들을 위해‘기기기익’에 더해 ‘己飢己溺己雪’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 당부 드립니다.
올 한해 우리 모두 ‘기기기익’합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