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힘들고 허탈하다.
청와대 만찬 결과를 놓고 ‘수습’과 ‘탈당’으로 양분된 신문 제목을 보면서 우리당의 자화상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대변인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이번 청와대 만찬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되었다.
이번 언론의 보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대통령 탈당언급을 중심으로 보도한 언론과 당·청간의 이해와 수습으로 보도한 언론이다. 그러나, 역시 대통령 탈당이라는 ‘악화’가 당·청간의 이해와 수습이라는 ‘양화’를 구축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어제 청와대 만찬의 실체적 진실은 대변인으로서 밝힌 내용이 실체적 사실이며, ‘수습’쪽으로 보도한 한겨레와 국민일보가 가장 정확하게 보도하고 있다.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 과정에서 전략적 판단 실수로 우리당의 지지도에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것 같아서 “부담을 덜어줘야 하나""라는 탈당 고민을 한 적이 있다는 말을 했을 뿐이다. 이외에는 직접적으로 탈당의 ‘탈’자조차 언급된 적이 없다.
양면성을 아우르는 대통령의 분석적 화법을 편협한 상상력에 근거해서 마치 탈당 쪽에 무게를 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적 주관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그 날의 실체적 메시지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께서 최종적으로 직접 정리하고 참석자 모두가 박수로 화답한 것만큼 더 이상 확실하고 진실한 것은 없는 것 아닌가.
나를 제외한 참석자 모든 분들은 열린우리당을 책임지는 지도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직접 표현하지 않은 부분들을 자의적으로, 그리고 가장 해당적으로 해석해서 일부 언론에 흘려준 결과가 며칠전 아침 보도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라면 천번 부당할 뿐 아니라 만번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일부 신문에는 “모든 참석자가 탈당을 만류했다""는 전혀 일어나지도 않은 가상의 모습까지 덧붙여서 알려진 것에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인가 대통령의 말씀을 일방적으로 왜곡하고 확대 해석해서 당에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일부 언론에 흘려버린 셈이다.
당·청 관계는 물론 여권 전체의 심기일전에 고춧가루를 뿌린 격이다. 누구의 고춧가루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원망스럽다.
아, 정말 힘들고 괴롭다.
대통령께는 물론 만찬에 함께 했던 청와대 관계자 여러분들에게도 정말로 부끄럽다.
자해적, 해당적 언론플레이를 자주 연출하는 우리당에 출입하는 기자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취재 스트레스에도 심심한 유감(有感)과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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