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그 뿐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03년 3월 국무회의를 통해 “신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통한 성장잠재력의 확대를 모색한다”고 밝히고 이를 12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줄곧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들 여성들에게 ‘맞벌이 벌금’을 매기겠다는 것은 집권 초부터 누차 강조해왔던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라는 국정과제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이 “저출산 대책 마련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을 지원한다던 정부가 맞벌이 부부와 독신가구, 미혼모 가족에게 세금폭탄을 퍼부으며 이들을 증세의 희생양으로 선택한 것이다.
정말 살기 힘들어 자녀를 뒤로한 채 맞벌이 하는 사람들의 세금을 깎아주지는 못할망정,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세금을 매기겠다니 그 발상의 희한함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다들 자녀갖기를 두려워하고, 자녀를 가지면서도 직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인데 당장 손안의 몇 만원에 쩔쩔매는 맞벌이부부, 독신가구, 미혼모가족에게서 돈을 더 뜯어내겠다니 대통령과 정부의 후안무치에 아연할 따름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연초 대통령이 제시한 양극화 해소를 위한 ‘편법증세’가 지방선거 민심을 우려한 여당의 반대로 당분간 무산되기는 했지만, ‘맞벌이세’, ‘독신세’ 유보가 단순한 지방선거용이 아니길 바란다.
어떤 명분과 이유를 갖다 붙여도 한번 신뢰를 잃은 정책혼선의 남발은 결국 민심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선거에 올인하며 표만 의식하고 ‘된다, 안된다’를 오락가락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여성들과 소외 가정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일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국민들을 더 이상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대통령은 월급쟁이부터 쥐어짜는 세금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감세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원성과 회한에 깊은 반성과 자각이 있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
빈곤으로 얼룩진 지난 3년의 실정(失政)을 정상으로 되돌릴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도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히 인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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