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만나본 후진타오 국가주석, 우방궈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상무위원장, 자칭린 정치협상회의 주석 등은 4세대 지도자로 불립니다. 중국의 지도부는 5년씩 두 차례 재임할 수 있고 70세가 넘으면 은퇴하게 되어 있습니다. 덩사오핑이 만든 규정이라고 합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첫번째 임기가 2008년에 끝나게 되고 2009년 두번째 임기가 시작되므로 2008년 북경올림픽과 2010년 상해엑스포 등 중요한 행사를 모두 치르고 물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10년간 중국을 이끌고 나면 새로운 세대가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의 50대 중반 정치인들이 제 5세대로서 새로운 중국을 이끌게 될 것입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1기 체제에 대해 서방언론들은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언론자유가 신장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고 향리 수준의 선거 등 민주주의 제도의 성립도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2기 체제에 대해서는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올림픽 등 굵직한 국가행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은 서방의 편향적 시각일 뿐이라며 반론을 펴고 있습니다. 중국의 인구가 매년 싱가폴 만큼 늘어나고 있는데 이 정도로 안정된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서방이 너무 조급하게 재촉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중국의 과제는 현재의 정치체제와 시장경제체제를 조화시키면서 소득 불균형과 같은 사회문제들을 해소하는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정책의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중국 지도자들의 목표일 것입니다. 중국의 미래는 4세대에서 5세대로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이 숙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이런 과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의 경우 군사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평화적 정권교체’가 국민들의 가장 큰 염원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평화적 정권교체를 원했다는 것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라는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원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야 정당 간에 정책이 수렴(convergence)되어야 합니다.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통일이나 경제와 같은 큰 정책은 여야라고 해서 다를 게 없습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 정치권이 사학법 개정 문제로 파동을 겪고 있어서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중국이 변화의 요구를 수용해가면서 안정적인 발전을 계속해 나가듯이 우리도 여야가 서로의 정책을 넘겨받아 발전시킴으로써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통이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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