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가 일본 집권당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해 극히 형식적ㆍ원론적인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전략을 뒤흔들려는 일본 측 의도에 이용당할 수 있는 무책임한 행보로서 국익 보다는 정파와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처사이다. 특히 일본 지도층의 망언이 계속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외국정부가 마음의 문제에 개입, 외교문제화 하는 자세는 이해할 수 없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한국 외에 비판하는 나라는 없다”며 자신의 신사참배를 정당화했으며, 아소 다로 외상은 “천황폐하가 참배하는 것이 최고”라며 일왕의 신사참배를 주장했다.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은 “종군위안부라는 말은 원래 없었다”는 망발을 했다.
박근혜 대표와 고이즈미 총리의 면담은 원론적인 지적과 의례적인 답변이었다. 박 대표는 “지난 1년간 야스쿠니 신사참배, 독도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등 과거사 일련의 현안들이 문제가 됐다”, “정치지도자로서 신중한 언행과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으며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앞으로 그런 자세로 협력 하겠다”고 답변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일본에서 여성 총리가 나오는 것보다 빠를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일본측 한 참석자는 “아베 장관이 9월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하고 한국에서도 앞으로 박 대표가 정상이 되면 양국 정상간 대화가 잘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러한 일본 지도층의 언급은 오만 무례한 언사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이는 우리 정부의 대일본 외교정책의 강경 기조를 뒤흔들고 우리 사회 여론을 분열시키기 위해 대한민국의 제1야당 대표를 이용하려는 일본 측의 의도를 보인 것이며, 여기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흔쾌히 참여하고 있는 형국이다. 친일 일본군 장교의 딸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만남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친일파의 딸이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일본 총리로부터 차기 대통령 책봉을 받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한국 내정간섭에 대한 사과와 박 대표의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시민일보 3월 13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