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을 곱지 않게 보는 뼈아픈 소리. 가끔은 반박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승리하기를 염원하며 잠실야구장에 모여 있던 야구팬들이 우리 국회의원 일행을 보고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어제는, 아니 지난 한 주일 내내, 온 나라를 지배한 담론은 야구가 단연 으뜸이었습니다. 솔직히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맞붙기 전까지는 “아니, 이렇게 잘해도 되는 거야?”, “진짜 대단한 민족이야”라는 감탄과 흥분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국민과 함께 기뻐하고 호흡하자는 뜻에서 거리응원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던 것인데, 막상 운동장에서 일부 야구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는 곤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의 응원전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의 이면에는 “운동경기 응원까지도 정치에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잘 나가는 스포츠’나 국민적 관심에 편승한 ‘얄팍한 인기영합 전술’로 치부하시는 것이지요.
꼭 그렇게 엇나가게 볼 필요가 있느냐는 분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일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동참하려고 하는 것을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가슴을 열고 허물없이 함께 어울린다는데 뭐가 잘못된 것이냐는 것입니다.
물론 어제 거리 야구응원전에는 여야 지도부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응원전을 펼쳤고, 철이 철이니만큼 서울시장 출마를 꿈꾸는 모 당 후보들도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휴일이라고는 하지만 야구 말고 다른 중대사가 없는 것도 아닐 터인데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모두 야구 응원장에 나와 앉았으니 의도가 곱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하는 입장에서는 유권자 모이는 곳이면 지옥까지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왕이면 그런 ‘좋은 자리’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이 국민 여러분의 흥을 깨지 않고 오히려 더 즐거워지도록 열린 마음으로 어울려야 하겠지요. 권위적인 자세로 안내를 대동하여 이동하고, 표 나게 모여앉아 ‘화면발’ 스포트라이트 받는데 급급하는 꼴불견은 누구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니까요.
시민들과 함께 어울려 즐기는 장에서도 정치인으로서의 몸가짐과 처신은 분명히 가려서 해야 함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3월 21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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