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3.30 부동산대책 후속조치를 취하기 위한 관련입법의 시급성에 비추어 국회가 원만히 운영되고 잘 마무리 지어주길 바라는 간곡한 심정이었다고 전해졌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선언하기에 앞서 상대방을 존중해야 마땅하듯이, 더욱이 대통령의 말씀이기에 곰곰히 생각하고 반추하고 또 되집어 보며 이런저런 궁리를 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당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논의를 모으기 위해 의원총회가 열렸습니다.
가급적 교육위원회 소속의원들은 발언을 자제해야 하겠지만, 혹시나 의원총회의 분위기가 대통령의 말씀을 수용하는 형태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나흘 전 의원총회에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명료한 주장을 한 터라 또 다시 반복되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의원총회 도중 한 두 분의 말씀 속에 성경이 인용되고 있었고, 그 분들의 말씀과 관련없이, 문득 제 머릿 속에 떠오르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입니다.
마침 어제가 꼭 그 시험에 드는 기분이었기기 때문에 그 귀절이 떠올라 왔을 겁니다. 정말 한 나절의 시간이 그랬습니다.
사흘 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고민의 일단을 소개했습니다만 사학법 재개정 논의는 정말 잘 못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많은 의원님들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어렵더라도, 대통령의 진정성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더라도, 우리당이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흐름으로 정리되고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논의는 단순히 ‘등’자 하나를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개방형 이사제도를 무효화하려는 불순한 것이며, 따라서 개방형 이사제도의 골간을 흔드는 것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판단이 모아졌습니다.
사학법 개정은 자기 확신과 역사에 대한 투철한 신념행위였습니다.
사학법이 애물단지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문제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한나라당의 뗑깡정치에 있는 것이지 우리가 양보하지 못하는 인색함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원칙있게 대응하고 단호하게 뚫고 나가야 합니다.
만일 가치관이 전도되는 이 상황을 우리가 방치한다면, 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가 우리에게 곧 닥쳐 온다고 생각합니다.
당 지도부가 이러한 의원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오늘 최종적 결론을 낸 것을 참 다행으로 생각하고 환영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우리가 대통령의 의견을 존중하고 충심으로 이해했듯이, 대통령 역시 우리의 뜻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5월 2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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