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를 반추할 때마다 우리당 지방선거 후보 지원을 위해 선거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주민들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한분 한분의 반응과 목소리를 새겨들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이렇게까지 돌아서 있던 민심을 몰랐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참담했습니다.
선거 기간 중에도 제 가슴은 이미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선거 기간 내내 ‘자기부정’을 하는 우리당 후보들을 옆에서 줄곧 지켜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인 제가 같이 있는데도 “당 보지 말고 인물보고 찍어주세요!”라고 읍소하는 우리당 후보들을 지켜보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제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처절한 심정이었습니다. 소속 정당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후보자들의 마음은 오죽 했겠습니까마는 분명 이것은 열린우리당의 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세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국민들은 정부·여당이 민심을 모른다고들 하십니다. 골목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지적이십니다. 서울 전역 뉴타운 개발을 한다고 잔뜩 집값만 올려놓고 몇 년째 개발이 안 되고 있다고 도대체 일은 하는 거냐고 불만입니다. 금세 있을 것 같은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집수리하는 곳이 없다보니 건재상, 철물점, 식당 할 것 없이 동네경제가 다 죽었다는 것이지요. 개발된다는 말에 집을 내놔도 나가지 않고 전세값은 전세값대로 올라 이래저래 서민만 죽을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부동산, 세금 문제까지 불만이 이어지면 많은 주민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식으로 말문을 닫아버리기 일쑵니다.
지방선거 참패.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을 정말 버린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번 잘 해 보라고 경고하는 것인가, 마음속에서 수없이 자문자답을 해봅니다.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정당”, “깨끗하고 투명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뭉친 정당”, “역사를 바로세울 수 있는 정당”, 이것이 열린우리당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데 저는 추호도 의심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에서 이대로 끝날 수는 없습니다. 경험이 부족하고 서툴러도 열린우리당이 시대적 소명을 함께 할 유일한 대안세력임을 확신합니다. 다만 여당으로 국정을 2년 이상 책임져온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 ‘경험부족’과 ‘서툼’을 내세워 국민들의 관용을 기대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인식을 실천으로 옮길 때입니다.
“땅에서 망한 자, 땅 짚고 일어나라”는 성경 말씀대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기득권, 이해관계 다 떨치고 창당 초심으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다가가겠습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6월 13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