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오만과 편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6-25 19: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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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 호 (한나라당 의원) 교육부가 또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외국어고의 학생선발권을 시도에 거주하는 학생들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어문계열 대학진학이 적으면 평준화까지 시킬 모양이다. 답답한 한국교육의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 노력하는 학교를 왜 없애지 못해 안달인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학생들의 장래가 걸린 문제인데 급작스럽게 밀어붙이는 것 또한 무슨 연유인가?

특목고 지정이나 운영에 관한 지도와 감독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교육부가 고교운영에까지 사사건건 간섭하겠다는 것인데 그들에게 지방자치나 교육자치는 악세사리에 불과한 모양이다. 백년대계도 그들에게 잡히면 조령모개의 술수로 전락하고 만다. 그들은 아직도 모든 문제를 자기들이 풀어야 한다는 미신과 풀 수 있다는 오만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오만은 편견을 품고 있다. 최근 교육부의 정책도 오만과 편견이 어울어진 작품들이 많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실업계 고교생의 대학진학을 돕겠다고 모집쿼터를 늘려 주겠다고 공언했다. 어느 학교를 나왔건 진학의 통로를 넓혀서라도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라는 의도라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유독 외국어고 출신 학생들에게는 왜 그 길을 닫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이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관심분야가 생기고, 또 특기가 발견될 수도 있다. 대학에서도 폭넓은 사고와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해서 교양과목을 강조하는데, 고교에서부터 학생의 앞길에 칸막이를 쳐야 하는가?

외고 나오면 꼭 대학가서 외국어를 전공해야 만 하는가. 독일어를 배워서 법철학을 공부할 수도 있고, 중국어를 공부해서 동양사학을 할 수도 있고, 영어를 공부해서 사회과학을 공부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외국어고를 희망하는 것은 좋은 교육서비스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이다. 문제는 그러한 좋은 학교들이 우리에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기회의 희소성은 경쟁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산업화를 지나 민주화에 성공하고 선진국으로 접어드는 지금, 유독 교육만큼은 과거의 획일적 논리에 빠져 사회의 발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우리는 허리 휘는 사교육비 부담과 조기 해외유학으로 교육이산(敎育離散)의 고통에 짓눌리고 있다.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한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입시위주 교육, 학벌위주의 사회 풍토로 몰아세워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자사고, 외국어고, 비평준화고를 모두 없앤다고 해서 지금의 교육문제가 해결되겠는가? 30년 전에 똑같은 실험을 해보고서도 아직도 해답을 얻지 못했단 말인가.

교육부의 서랍 속에서 모든 교육문제의 비책이 나올 수 없다. 좋은 학교, 좋은 교육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교육부가 하루빨리 오만과 편견에서 깨어나기를 바란다.

위 글은 시민일보 6월 26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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