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에서 난항 발생의 주된 요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제1차 협상에서 미국 측은 기간통신사의 외국인 지분 제한(49%)과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기술 선택의 자유보장, 그리고 일시적 복제의 저작권 인정 및 저작권 보호기간을 현행 50년에서 70년으로의 연장하는 것 등을 요구했다. 미국 측의 이러한 요구들은 관련 법률 및 제도의 수정을 수반하기에 국내 통신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은 자명하다. 미국 측의 요구를 살펴보자면 첫 번째, 기간통신사의 외국인 자본 제한 완화 요구의 경우, 지분 한도가 현행 49%에서 더 늘어나면 투기성 외국자본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한국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제도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외국인 지분을 더 확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두 번째,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기술 선택의 자유보장 요구는 기술 표준을 선정할 수 있는 국가의 권리를 행사하지 말라는 요구와 같다.
세 번째, 일시적 복제의 저작권 인정 및 저작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는 요구의 경우 국내법과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미국은 법률과 판례로 일시적 저장을 복제로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명확한 규정을 적용한다.
또한 기술적 보호장치 규정은 미국이 기준과 기술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나머지 국가는 이에 예속될 수 밖에 없다.
물론 한미 간 FTA가 체결될 경우 반드시 악영향만이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대미교역량 증가와 고용창출 등의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되는 악영향을 최대한 감소시키고 긍정적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과연, 우리 정부가 협상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는가?
이미 수년전부터 관련업계의 요구를 수렴하고 일관되게 협상에 임하고 있는 미국 측과우리 정부가 보인 안일한 모습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가? FTA 협상은 다자간 협상이 아닌 양자 간 협상인 만큼, 협상당사국의 국력이나 협상력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따라서 상대국과의 협상뿐 아니라, 국내 이해관계자들과의 의견조율이 중요하며, 내부 이견 최소화 및 체계적인 전략이 협상의 성공을 좌우하므로 속도조절과 함께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정부는 통신 주권을 잃는 국가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 등 이미 미국과 FTA 협상을 체결한 국가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현명하게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
위 글은 시민일보 7월14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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