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에 내가 글로 쓰고자 했던 내용이 이제는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지만 무엇이 나를 실망시키고 분노하게 했는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후원자와 불로거들에게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여덟 분의 후보들은 모두 훌륭한 분들이고 각자가 당선되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대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가장 잘 부각시키는 절묘한 조합을 찾아야 했다.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의 배합이라도 되어야 했는데 내 생각으로는 전당대회가 최악의 조합을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서 젊은 표를 얻지 못해 패배했기 때문에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중도보수 혹은 중도개혁의 이미지로 지도부가 구성되어야 하는데 이번 전당대회는 오히려 수구보수의 그림을 진하게 그려 놓은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인 수구보수 이미지를 전당대회가 선택한 것은 실망스러웠다.
그 날 박 대표의 행동이 또한 나를 실망시켰다. 박 대표가 일곱번째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었을 때 앉아있던 스탠드에서 내려와 체육관을 반바퀴 돌아 무대 앞까지 걸어옴으로써 좌석에 앉아 있던 대의원들의 시선과 카메라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이재오 후보와 권영세 후보의 연설을 방해하기 위한 행위로 보였고 두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음을 암암리에 알리는 것으로 비쳐졌다. 본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누군가의 안내를 받아서 스탠드에서 내려 왔을 수도 있다(그렇게 해명을 한 것으로 들었음).
그렇다해도 후보자의 연설이 진행 중인데 스텐드에서 내려오는 행위는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어야 했다. 나중에라도 본인의 행동으로 상처를 받은 후보에게 본의 아니게 누를 끼치게 된 것을 사과했다면 전당대회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하게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전당대회의 후유증을 말끔히 털어내고 한나라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하나가 되어야 할 때이다. 상처를 받은 후보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만 아니라 동료 의원들과 수 천명의 대의원에 앞서서 자신이 가장 먼저 투표해야 한다는 무의식중의 의식은 국민에 대한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바른 언행으로 귀감을 보이던 박 대표의 올바른 판단과 정중한 사과는 백배, 천배, 만배 이상의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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