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사방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8-24 20: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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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경 태(산림보호본부장) 7월에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에위니아’와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를 계기로 수해예방과 복구시스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심은 매년 피해가 발생한 뒤 사후복구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느냐, 아니면 수해예방 방법을 강구하여 미리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냐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복구비용은 피해액보다 30~40%가 더 소요되며, 복구과정에서의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복구소요액은 그보다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의견이다.

이러한 가운데 산사태 피해의 예방에는 `사방댐’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데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산사태로 뿌리째 뽑힌 나무와 토석이 밀려 내려와 하천에 쌓이면 물이 범람하여 마을을 덮치는데, 사방댐이 나무를 걸러 주고 토석을 차단하여 물이 범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방댐의 효과는 사방댐의 공법·기술의 발전과정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사방댐은 과거에는 물의 흐름과 유속을 조절하는 `보’의 형태로 설치되었다. 그러나 `보’는 토석차단 기능이 부족했기 때문에 1986년부터 유속조절과 토석차단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높이 5m 내외의 콘크리트 횡단구조물을 설치하였는데, 이것이 콘크리트사방댐이다.

그러나 콘크리트사방댐은 나무가 뿌리째 떠내려 오는 이른 바 `유목(流木)’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90년대 말부터 집중호우가 연례화되면서 유목피해가 커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2002년에 철강재로 만든 버트리스(Buttress)댐이 등장하였다. 버트리스댐은 나무를 걸러내는 효과는 탁월하지만 1곳 설치비용이 2억5000만원으로서 콘크리트 댐과 함께 설치할 경우에는 총 5억원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새로 고안된 사방댐이 `다기능 사방댐’이다. 다기능 사방댐은 하부에는 높이 3m 내외의 콘크리트댐을 설치하여 토석을 차단하고, 그 위에는 높이 2m 내외의 버트리스댐을 설치하여 떠내려 온 나무를 걸러 주는 동시에 버트리스에 걸린 나무에 의하여 토석까지 차단되는 새로운 공법이다. 결과적으로 다기능 사방댐 1개가 콘크리트 사방댐 1개의 토석차단 효과와 버트리스댐 1개의 유목피해 방지 효과를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다. 이렇게 두가지 기능을 동시에 하면서도 설치비용은 두가지 댐을 모두 설치하는 비용 5억원의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이와 같이 사방댐의 공법과 기술은 수해방지의 필요성에 따라 도태·적응하면서 최적의 공법·기술만 살아 남는 진화과정을 걷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아픔이 없이 콘크리트사방댐에만 매달렸다면 뿌리째 떠내려오는 나무를 효과적으로 거르는 버트리스댐과 다기능사방댐을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자연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사방댐 기술의 도태 적응과 최적화과정을 지켜 보면서, 자연의 진화법칙이 과학기술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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