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 말대로 열린우리당의 탄생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다면,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수많은 국민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당의 위기는 17대 총선 이후 정부와 당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의 신임을 잃어버린 데서 비롯된 것이지 열린우리당의 출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분당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다.
당시 민주당의 상황을 조금만 돌아보자! 100명의 당무위원들이 모여 당의 진로를 논의하고 표결을 통해 의결을 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폭력이 난무하였다. 고함과 욕설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급기야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가 휘둘리기까지 했다. 대화는 불가능하고 폭력만 무성했던 당시 민주당을 어찌 해야 옳았단 말인가! 하찮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동료의원에게 서슴없이 폭력을 자행하는 민주당내 기득권세력과의 결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혹자들은 당시의 선택이 권력을 좇아간 것이라고 폄하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은 국회의원 낙선을 각오한 자기 희생적 결단이었다. 국회의원 47명의 제3당으로의 전락을 감수하고 오로지 국민의 판단과 선택에만 의지한 것이었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이 한데 뭉쳐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은 그러한 열린우리당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우리 국민들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손을 들어 주었다. 열린우리당의 선택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바른 길이라고 인정했던 것이다.
불과 4년 전에 벌어졌던 그 참혹한 정치상황을 죄다 잊어버린 채 무작정 분당에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우리들의 무기력과 무능을 덮고 책임을 엉뚱한 곳에 전가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나는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그밖의 군소정치집단들이 합치는 것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일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엉뚱한 곳에 책임을 전가하여 모두를 비겁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한 자세로는 국민을 잠시 속이려는 잔꾀밖에 나올 것이 없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미지의 길을 찾아야 나서야 한다. 그러나 방향과 원칙은 선명하다. 반독재 민주화투쟁과 민족 평화통일운동의 정통성에 굳게 토대하되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첨단의 전문성을 결합해야 한다. 이 원칙과 방향만은 꼭 부여안은 채 모든 것을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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