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국회는 벌써 마무리됐어야 할 시점입니다. 그럼에도 정기국회 법정시한인 12월9일을 일주일이상 넘긴 지금까지도 여야간의 소모적인 공방만 지루하게 되풀이하고 있을 뿐입니다. 12월2일까지 마쳤어야 할 내년 예산안 심의는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과연 국회의 존재 이유는 있는가, 이 상황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자괴감마저 엄습합니다.
한나라당은 대국민약속인 예산심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두차례나 깼습니다. 국회에 계류되어 처리가 미루어지고 있는 법안 수만도 3000건 입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본분을 게을리하는 것으로 모자라 법을 앞장서 어기고 있는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일그러진 국회 모습을 ‘빈손국회’라고들 비아냥 댑니다. 국회의 본분을 못한 정치권은 국민에게 면목이 없게 됐습니다.
제1야당이라는 한나라당은 이렇게 된 책임을 열린우리당에 돌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정규직법안도 처리해 주고 국방개혁법도 처리해 주는 등 성의를 보였는데 댓가가 없다고 말합니다. 입법은 국회의 본분이요 입법활동은 국회의원의 의무 아닙니까?
한나라당의 억지 행태를 보면서 한나라당은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극복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보통 대선을 앞둔 해에는 아무리 못된 야당이라 해도 수권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국정 운영에 적극 협조하는 게 상례였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에 게의치않습니다. 올들어 한나라당이 국회를 보이콧한 날짜만도 200일이 넘습니다. 정기국회도 100일 가운데 90일을 거부했습니다. 특히 헌재소장 건과 관련해 8월 임시국회부터 시작해 11월 하순까지 103일간 국회를 파행시켜 그 기간동안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었습니다.
국회 현실을 보면 ‘국회법 준수’와 ‘대화와 타협의 정신’, ‘다수결원칙’은 완전히 실종되었습니다. 당리당략과 정략을 배제하기 위한 상임위 중심주의도 말 뿐입니다.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의회 운영의 한 단면은 ‘원내상원’으로 불리면서 월권을 일삼는 법사위원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의 체계나 표현을 놓고 자구 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안 통과의 장애물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법사위원장 입맛에 안맞으면 법사위에 상정 조차 안 시킵니다.
작년에 이어 또다시 사학법과 예산안을 연기한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볼모로 언제까지 민생을 나몰라할 것인지 답해야 합니다. 또 정부·여당의 무능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국회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국회’로 언제까지 만들 것인지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응답을 해야 할 차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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