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은 “누가 최고의 장군이냐”고 질문에 “첫 번째는 알렉산더, 두 번째는 피로스, 그리고 세 번째는 한니발 자신”이라고 했다.
한니발이 알렉산더 다음의 최고명장으로 평했던 피로스(Pyrrhus).
그는 한니발이 병법의 스승으로 삼은 명장답게 작은 도시국가를 이끌고 로마와의 전쟁에서 두 번씩이나 이겼다.
피로스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다.
피로스는 두 번째 전쟁의 승리를 축하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승리라면 우린 패배한 거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승리는 했지만 그는 두번째 전쟁에서 수많은 장수들과 숙련된 병사들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역사는 엄청난 희생이나 비용의 대가로 치른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라고 표현한다.
흔히들 승리를 거둔 쪽은 승리감에 대한 도취로 처음에는 승리 뒤에 따른 피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패배가 성공이라는 옷을 입고 찾아왔기 때문이다.
몰락을 가져올 승리라면 패배이거나 패배보다 못할 수 있다.
그의 말대로 세 번째 전투에서 피로스는 로마에 대패하고 나라도 몰락하게 된다.
그렇지만 자신의 실수를 곧 파악하고 더 큰 피해를 방지했던 피로스는 명장은 명장이었다.
피로스의 말처럼 승리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는 국가적 차원이나 개인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기로... 객기로... ‘너죽고 나죽자’는 식의 싸움은 양측 모두에게 필연적으로 참담한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동귀어진(同歸於盡)이란 말이 있다.
종국적 파멸(盡)로 함께 돌아간다(同歸)...즉 “같이 죽음으로써 끝장을낸다”는 뜻이다.
중국 무협소설계에서 나온 이 말은, 강한 적과 싸우다 승산이 없으면 최후에 적과 함께 죽는 극단적인 무술수법으로 말 그대로 ‘너죽고 나죽자’는 말이다.
동귀어진이란 말에는 근본적으로 불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최근 대선정국과 관련하여 막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서로 뒤엉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이판사판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처뿐인 영광 ‘피로스의 승리’의 그 어두운 그림자가 더 번지지 않고 승자도 패자도 없이 모두가 승리자가 되는 ‘아름다운 승리’가 무엇인지 한번쯤 숨을 고르고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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