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사무총장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11-09 19: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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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얼마 전 민주당 김성순 의원이 야당의 대선 후보로 반기문 유엔 총장을 언급해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인권 및 국제 분쟁 문제 등에서 조정 능력이 뛰어난 세계적인 지도자로서의 명성, 민주개혁성, 인품과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어떤 대선 주자보다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반기문 총장을 대선 후보로 거론하는 이유였다.

사실 ‘반기문의 정치권 영입론’은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번 대선 때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항마로 충청권 출신인 반 총장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희망사항을 피력한 적이 있다.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개인적 경험으로도 민주당에서 말하는 ‘반총장의 매력’에 동의한다.

함께 공부할 때도 그랬지만 이후 외교통으로서 승승장구하다가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또 지금까지 활동하는 그를 유심히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는 뭐든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믿음을 갖게 하는 만큼 그에게 대통령직을 맡겨도 역시 잘 낼 거라고 생각한다.

반 총장과는 하버드 유학시절 동문수학 하면서 인연을 시작했으니 30여년 지기라고 할 수 있다.

외무부 과장급 공무원 신분이었던 그와 10여년이 넘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친분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배려가 몸에 익은 그의 성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당시의 그는 유학생 한사람 한사람을 사려깊게 챙겨주는 맏형 같은 존재였다. 이 따끔씩 우리를 그의 집으로 불러 작은 파티를 열어 주기도 했는데 지금 떠올려도 기분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기억에 남아있는 반총장과의 개인적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당시 하버드 스퀘어 모 은행에는 전 세계 국기가 걸려있었다.

어느 날 은행에 들렀다가 그 만국기 행렬에 우리의 태극기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때만 해도 우리 국력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때라 그랬던 것 같다)

당연히 은행 측에 항의를 했더니 태극기를 찾을 수 없어 걸어놓고 싶어도 못 걸었다는 변명이 돌아왔다.

그 때 내가 떠올린 해결책이 바로 클래스메이트였던 반총장이었다. (그 때는 총장이 아니라 과장) 그를 만나 상황을 얘기하자. 어디선가 즉각 조그만 태극기를 구해다 줬다.

이후로 한참 동안 은행에 들를 때마다 뿌듯한 마음으로 만국기 행렬 속 태극기의 안녕을 점검(?)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21세기에 대한민국 국운을 걸고 세계로 나가는 이 시점에서는 유엔총장 역할이 한국의 대통령 못지않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연임의 기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역할의 중요성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반기문 총장이 그 자리를 더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거기엔 현실적으로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은 여럿 있지만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반기문 총장 외에 특별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들어있다.

정당간의 정치적 권력 다툼 보다 더 중요한 게 세계 속 대한민국 위상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솔직히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거 구도에서 현직 총장인 반기문 카드를 능가할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이 과연 있는가.

모르긴 해도 현재의 반기문총장은 대한민국 내치를 위한 용도보다 세계 속 대한 민국 위상 제고를 위해 더 크게 쓸 수 있는 ‘준비된 그릇’으로 큰 가치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당사자 역시 유엔사무총장 연임을 더 희망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 속으로 그를 끌어들이려는 도로는 멈춰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반총장 연임을 막으려는 서방세계의 보이지 않는 음모가 활개를 치고 있는 판이다.

그동안 연임이 관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반총장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일고 있는 반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반총장 개인에게나 대한민국 국가적 차원에서나 이익될 일이 없다고 본다.

자칫 반기문 총장을 제거하고자 하는 서방세계 음모에 힘과 명분을 실어줄 희생양이 될 수도 있음이다.

정치권은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쏟을 게 아니라 유엔분담금 미납 문제나 우선 해결하도록 할 일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를 외면함으로써 유엔의 수장이 된 반총장의 낯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오죽하면 반총장이 여기 저기 찾아다니며 “이를 조속히 납부해야 명분있게 활동할 수 있다”며 유엔분담금 협조를 읍소하고 다니겠는가.

도와는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다.

얼마 전 반기문 총장이 북극에 가서 환경문제를 논의하고 아프리카에 가서 기아와 질병 퇴치를 위해 활동하고 중동에 가서 평화를 얘기하는 모습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엄청난 자부심을 느꼈다.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진가를 발휘하는 실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일단은 유엔 사무총장 연임에 성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국력을 모아 그를 돕는게 우선 순서라고 생각한다.

연임에 성공한다면 반총장이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력을 높일 수 있는 역할과 기회가 무궁 무진하게 열려있는 셈이다.

솔직히 그만큼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러니 정치권의 쓸데없는 욕심으로 그의 선택과 집중을 방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그러기 위해 우선 그를 위축시키는 분담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고 오는 22일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정상 회의에 반 총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의 주도적인 역할로 (반총장에게) 힘을 실어주자. 그의 연임을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반총장의 사무총장 연임을 위해 왜 대한민국 전체가 나서야 하는지 아직도 공감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최소한 이 주말 안에 해답을 찾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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