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11-09 19: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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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이번 추석 연휴는 자식들이 있는 북경에서 보내고 왔다.

외롭다고 와달라는 자식들의 성화를 이겨내지 못한 결과다.

역시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맞긴 맞는가 보다.

“자식이 좋긴 좋은 모양이구나”

떠나기 전 부모님을 찾아뵙고 큰 절을 올리자 흔쾌히 손자들 용돈을 챙겨주시며 농담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눈물을 보이셨다.

나이는 들어가시고 몸은 점점 예전 같지 않은데 맏이인 나의 처지가 당신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속이 상하신 듯 했다.

어머니 생각에 천하에서 제일 잘난 당신 아들이 크게 쓰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급기야 어머니로 하여금 눈물을 쏟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어머니에게 있어 인생 최대의 자부심은 언제나 장남이었고 어머니가 올리는 최상의 기도 제목 역시도 ‘나’였으니 오죽하실까 싶어 나 역시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머니를 안아드리며 걱정하지 마시라고, 어머니 기도대로 살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잘 될거라고, 오히려 지금 이 시간들이 나에게 도약의 기틀을 다져주는 유익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위로해드렸다.

어머니의 눈물에 이어 자식의 눈물도 있었다.

이번에는 큰 아들이 서럽게 울음보따리를 풀어놓은 것이다.

늘 아버지를 존경했고 훌륭한 아버지께 누가 되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지만 대단한 아버지를 둔 자식의 어려움을 아버지가 몰라주신다는 요지의 하소연이 급기야 눈물로 이어졌다.

아마도 ‘너를 사랑한다. 열심히 하라’고 한 내 말이 아들의 가슴을 복받치게 만들었던 듯싶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저마다의 영역 때문에 서로 다른 세상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칸막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칸막이로 인해 때로는 이질감으로 서로 부딪히기도 하지만 결국은 ‘가족’이라는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빠르게 회복시키고 결합시키는 촉매제가 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자식은 아무리해도 부모마음을 알 수 없고 부모가 아무리 정을 내리 쏟아도 자식에게는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모양이다.

부모를 모시고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 선 나는 그나마 자식과 부모 입장이 조금이라도 더 이해가 되는 편인데도 역할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늘 죄스런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어머니의 눈물은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각오로 나 자신을 다지게 한다.

내 마음을 한없이 아리게 하는 아들의 눈물은 더 크고 넓은 마음으로 자식을 포용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내 마음 속 언어로 머물 뿐이다.

부모에게도 자식에게도 그저 여백으로 놔둔 내 마음을 알아주겠거니 하며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한다.

감정 표현에 서툰 나 자신에 대해 아쉬움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달리 해볼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 가로 막혔기 때문이다.

가족은 뭐니뭐니 해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더욱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추석이 되었다.

마음에만 담아 두지 말고 표현하고 격려하고 하는 그것들 말이다.

특히 이 땅에 나와 비슷한 세대를 산 아버지들이여! 이제는 마음에 있는 좋은 표현들을 다 하고 살기를 부탁드린다.

나 역시도 자신은 없지만 노력해 보겠다고 다짐한다.

나처럼 행복하게도 부모님이 계신 분들은 부모의 품에 안기어 사랑한다고 재롱도 떨어드리고, 자식을 보면 또 고맙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포옹도 해보자.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국 세상의 돈도 명예도 다 물거품 같은 것이고 보면 가족만큼 소중한 게 있을까 싶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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