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노후된 성동을 서울의 중심으로
청계천 하류에서 고향을 느끼다
지난 2005년 복원 사업 3년 만에 마침내 청계천은 서울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그것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한 폭의 수려한 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청계천은 마장동 고산자교를 기점으로 상류지역과 하류지역으로 나뉜다.
성동구 지역인 청계천 하류는 도심을 관통하는 상류에 비해 하천 폭이 넓고 당초부터 비복개 구역으로 자연 생태가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다. 이렇게 자연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지만 청계천 하류는 상류에 비해 정비가 미흡하여 여전히 주민편의 시설이 빈약하고 접근성이 취약한 형편이었다.
그렇다 보니 청계천의 가장 긴 구간이 성동을 지나고 있음에도 ‘청계천’ 하면 상류지역만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소중한 보물을 두고도 주민들이 제대로 마음껏 이용할 수 없다면 이는 행정 책임자로서 큰 죄를 짓는 일이 아닐까?”.
생태 보존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더욱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청계천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청계천 하류 특성화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먼저 살곶이 공원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나섰다.
2007년 3월 첫 삽을 뜬 청계천과 중랑천 특성화 개발 사업은 살곶이 공원 편의 시설 증설, 청계천 하류 하천변 체육시설 조성사업과 중랑천 가꾸기 사업으로 각각 나눠 추진하였다. 마장동 체육공원, 사근동 체육공원의 환경이 개선되어 청계천의 새로운 쉼터로 자리 잡았다.
왕십리광장 개장
예전 왕십리는 낙후된 환경에서 주민들이 하루하루 고된 삶을 보냈던 곳이었다. 그 시절 금호, 옥수 지역은 꿈을 안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이 많이 살던 달동네였다.
세월이 지나 이제 왕십리는 강북의 새로운 부도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5년전 관선 구청장 시절에 보던 왕십리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유명 광장들처럼 우리나라도 시민의 공간이자 새로운 관광명소로서 특색 있는 광장을 가질 수는 없을까? 나는 항상 제대로 된 광장이 부러웠다. 왕십리 민자 역사가 속도를 내며 공사가 진행 중일 때 민자 역사 앞 공간을 광장으로 조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왕십리역은 1일 환승 인원만 10만 명이 넘는 대규모 환승역이다. 현재 운영 중인 지하철 2호선, 5호선, 국철과 함께 앞으로 분당선과 경전철까지 개통되면 국내 최초의 퀸터플(Quintuple) 역세권이 탄생되는 곳이다.
지하철 이용 고객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경제 문화 환경의 변화가 예약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왕십리는 하루가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될 것인데 여기에 광장이 들어선다면 많은 사람들의 약속 장소로, 문화 마당으로 충분히 매력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
중심가로 특화 거리 사업과 함께 조성된 왕십리 광장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2008년 9월 19일 문을 열었다.
왕십리 광장은 미국 조지아주 캅카운티와의 자매결연으로 인연이 된 한미우호협회 박선근 회장이 기증한 사랑의 시계탑, 바닥분수, 야외 공연장과 같은 특색 있는 명물들이 가득한 곳으로 개장 1년도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 더욱 멋진 명소로 키워나가는 것이 우리의 숙제일 것이다.
아름다운 간판으로 거리의 표정을 바꾸다
아름다운 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간판일 것이다. 하지만 ‘더 크고, 더 많이, 더 자극적으로’를 앞세운 간판 문화는 우리 거리가 몸살을 앓게 했고 시각 공해라는 말까지 만들었다.
‘건물 간판이 바뀌면 지저분하고 복잡하기만한 성동구 거리도 훨씬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바뀔 텐데...’ 라는 생각에 구청장이 되자마자 광고물 정비 사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간판을 정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건물주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건물주들은 오래된 건물을 보수하고 도색하는 것에는 공감했지만 간판을 교체하는 일에는 비용 문제로 인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다. 계속된 설득만이 최선이었다.
결국 우리의 노력으로 대부분의 주민들께서 구의 취지를 이해해 주셨고 간판 교체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해 주셨다. 처음엔 비용 부담으로 불평하던 점포주들도 정비 후 산뜻해진 거리 풍경과 고객들의 호의적인 관심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한 건물주는 이번 기회에 건물과 간판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비해 거리환경을 활기찬 분위기로 전환했으면 좋겠다며 모든 건물주와 점포주가 간판 시범 거리 조성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하는 희망을 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간판이 성동 거리의 표정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더욱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에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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