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폐개혁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12-28 15: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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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화폐개혁 조치 이후의 북한 사회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해석과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폐쇄적인 사회인만큼 화폐개혁 배경이나 이유, 그 진행 절차 등에 대해 자세히 전해지는 바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난항을 겪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화폐교환과 함께 개인간 채무는 무효 처리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국책은행과 기업, 기업과 개인 사이에 발생한 채권 채무 처리 등 기본적인 사항들은 명확한 처리방안을 찾지 못하고 표류 중인가 하면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떨어진 화폐가치로 인한 혼란이 통제되지 않는 분위기다.

식량가격이 폭등하고 상품 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상점이 문을 못 열 정도라고 하니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 와중에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가 북한전역에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북한전망을 더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북한사회의 혼란을 가중시켜서 '망가'로 결론나게 될까 솔직히 걱정이다.

개인적으로 70년만에 단행됐다는 북한의 화폐개혁 조치가 결국 김정일과 북한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패착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다.

지독한 인플레이션과 공식환율의 10배가 넘는 거대한 몸피로 독버섯처럼 북한사회를 흔들고 있는 지하경제, 무엇보다도 극한 상황에 이른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통제 자체가 불가능해진 현실을 감안한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산주의와 소비에트 블록의 붕괴과정에서도 이미 학습한 바 있고 작은 단초가 빌미가 되어 거대한 제국을 몰락시켰던 역사의 흔적도 부지기수다.

덕분에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지을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된 셈이다.

순망치한.

지금 북한이 처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할 때 정권의 붕괴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 인사인 황장엽씨를 떠올리게 된다.

평소 개인적으로 황장엽씨를 통해 북한사회의 이런 저런 모습을 전해들을 기회가 많은데 만날 때마다 북한을 제대로 알고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새롭게 들린다.

황씨는 북한에 대한 자신의 사심없는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 당국에 대한 답답함을 자주 토로하는 편이다.

자신의 정보를 (특별히 지난 정권이) 왜 믿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대북 정책을 수립하고 판단하는 관계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절실함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그 중 김일성 부자에 대한 황씨의 조언은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서 공감하는 부분이다.

황씨는 우리가 김일성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인정해주면서 아들인 김정일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건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씨에 따르면 김정일 역시 김일성 못지않은 선동가이며 정치 메커니즘에 관한한 누구보다도 정통해 있다. 단지 김정일이 김일성보다 떨어지는 건 애민의식의 부족이라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던 선조의 구호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걱정인 것은 이 같은 북한의 돌발상황을 바라보는 우리의 안일함이다.

솔직히 지나치게 태평해 보여서 불안하기까지 하다.

만약에 우리마저도 아무 준비없이 북한의 붕괴에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 한반도에 어떤 양상의 남북관계가 펼쳐지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독일통일 상황과는 아주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잡고 고구려와 백제를 쳐서 통일 신라를 얻어낸 우리의 역사를 보자.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북한정권이 통일신라나 고려보다는 발해나 고구려를 더 가깝게 여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막연히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중국과 끈끈한 연대의식으로 심정적 동조를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른다.

또 오랜 정치적 선동 선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남한과의 통일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중국과의 연대를 선호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어떻게 보면 북한 입장에서 남한에 흡수통일 되기보다 중국의 신탁통치를 더 편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예전의 통일 신라는 지금의 남한 면적보다 조금 더 넓었을 뿐이고 고려 당시에도 압록강에 미치지 못한 국토(우리가 비로소 압록강 유역까지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 세종대왕 때였다)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뚱딴지같은 주장이라고 폄하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오래 공들인 통일 열망이 자칫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북한의 총체적 난국을 바라보면서 드는 솔직한 심정이다.

구체적이고 전반적인 남북 관계의 위기관리 대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시급하다.

북한을 향해 민족적 자긍심을 환기시키고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역사적 관점으로 설득하는 것은 물론 남북한 공히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홍보전을 가동해야 한다.

북한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서둘러야 할 우리의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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