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의 미국통신 8] 법치주의 수호와 미국의 경찰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0-30 09:56:4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트럼프대통령은 최근 미국 시카고 시에서 열린 세계경찰청장 대회(IACP: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hiefs of Police)에 참석하여 한 연설을 통하여 시카고시의 예를 들며 범죄예방과 법질서 수호를 위한 경찰의 역할을 강조하며 자신의 시카고 대회의 연설을 보이콧 하며 정당 정치적 행동을 한 시카고 시 경찰청장 Eddie Johnson에 대하여 그의 관할지역에서 맹렬한 비판을 하였다. 시카고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고 민주당 지지가 강한 지역이다. 경찰청장뿐 아니라 시카고 시장도 트럼프의 방문을 앞두고 대통령 면담도 거부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수모를 당하면서도 대회장에 나가 자신의 경찰에 대한 지지와 법치수호를 위한 경찰의 역할에 대한 높은 국민적 기대를 강조하였다.

미국생활을 하면서 한국과 대비되는 분야 중 하나가 경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미국의 경찰은 매우 단호하고 엄정하기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여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게 다반사이지만 미국에서는 경찰을 폭행하기는커녕 폴리스 라인만 넘어도 바로 수갑을 채우는 지경이다. 미국에서 운전 중 경찰이 차를 멈추면 여지없이 즉시 멈추어야 하고 차에서 나와서도 안 된다. 또한 총을 빼는 듯 의심받을 움직임을 보여서도 안 되고 혹시 몸수색을 하게 되는 경우 주머니에 손을 가까이 대거나 하는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경찰의 총을 맞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경찰은 법집행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좀 과잉이라고 느낄 만큼 경찰에 대하여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시카고시의 경우처럼 법치주의 수호의 중요한 한 축인 경찰(미국은 지방자치 경찰)이 정치적 하수인으로 전락한 경우들이 많이 있다. 트럼프가 지적한 사례가 바로 시카고의 경우다. 그가 말했듯이 현 경찰청장은 시카고 시민을 범법자로부터 지키는 것을 우선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 정당(민주당)의 가치를 더 우선시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불법이민자 단속 및 각종 범죄 단속약화이다. 이러다 보니 아프카니스탄이 시카고보다 더 안전할 것이란 트럼프의 조롱이 마냥 틀린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Sanctuary city(피난처 도시)란 민주당이 장악한 대도시 등에서는 불법이민자등을 단속하는 연방 이민국의 협조가 지자체로부터 거부당하여 불법 범죄자들을 단속, 추방 할 수 없는 도시를 말한다.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인권이나 동정심등을 내 세우며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하기 보다는 그들의 어려운 상황, 가족과의 생이별 등 감성적 측면을 앞세워 이들에 대한 법집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시카고와 같은 Sanctuary city의 빈번한 살인 사건 발생과 치안 불안은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Los Angeles 도심 한복판에 버젓이 펼쳐지고 있는 불법 텐트안의 노숙자들을 법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도 민주당이 지배하는 도시들의 공통점이다.

트럼프의 많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지지층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민주당 등의 이러한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정치적 술수에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필자는 1980년대 보스턴에서 공부하던 때 방학이 되면 뉴욕시를 가끔 방문하여 한국식당에도 가곤 하였다. 그때에는 대낮 큰 길에서도 뉴욕의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했다. 좀 으슥한 골목을 가거나 할 때는 초긴장을 하여야 했다. 버스를 타고 할렘을 지나쳐 갈 때 받았던 공포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인 가게가 밀집한 지역에서 잠시 차를 주차하고 다른 가게를 간 사이 트렁크를 열고 물건을 소매치기 당한 그 때 다시는 뉴욕에 가지 않겠다며 분을 삭이던 때도 있었다. 최근 방문해 본 뉴욕은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거리라고 할 정도로 도시 치안이 좋아졌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80년대의 암울했던 경제상황에 비해 지금의 미국은 상상을 초월한 호황에 힘입어 예전의 슬럼가가 비싼 상업지역으로 변하는 등 도시경제 전체가 활성화가 이루어 진 결과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한 공권력의 역할도 크다. 슬럼가의 조직 폭력배와의 전쟁을 용감히 치룬 뉴욕 경찰의 역할은 높이 사야 하겠다. 뉴욕 시민들 중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이룬 사람으로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의 역할을 많이 이야기 한다. 한 예로 줄리아니 시장은 취임 하고서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호텔 등에 부과하던 높은 호텔 세를 대폭 감축하고 관광객이 늘어나도록 하여 대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 대부(Godfather)등의 실제배경이었던 뉴욕시의 실존하던 조직폭력배를 목숨 걸고 소탕하여 찬사를 받았다. 그의 용감하고 뛰어난 지도력은 911 테러사태 극복과정에서 잘 발휘되었다. 처참히 무너진 세계무역센터의 잔해 위에서 마이크로 연설하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트럼프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탄핵조사의 대상이 된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역할에 대하여 트럼프는 그는 평생 부패(corruption)와의 싸움을 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그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며 한 역할은 상대후보의 약점을 캐는 수준의 일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패와의 전쟁에 참여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탄핵조사위원회의 소환도 거부하고 있는 줄리아니 전 시장이 민주당과의 정치전쟁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거리이다.

미국은 법치주의를 축으로 하는 나라이다. 수많은 인종과 다양한 국민들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나라이며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나라이다. 이런 고충을 극복하는 강력한 수단인 경찰의 임무는 그래서 매우 막중하다. 간혹 막중한 권한과 임무를 남용하여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미국의 경찰은 비교적 중립적인 차원에서 법질서 유지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의 치열한 정쟁의 와중에서 경찰이 정치의 희생자가 되고 있기도 하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검찰개혁의 차원에서 경찰의 법적 권한을 강화하는 노력이 논의되고 있다. 여러 가지 측면의 검토가 있겠으나 법의 수호자인 이들을 정권적 차원의 정치적 손익계산서에 의해 처리하는 일은 매우 불행한 결과를 가져 올 것 같다. 법치주의를 실현키 위 하여는 경찰을 국민의 지팡이로 위치를 확고히 해 주어야 한다. 경찰을 폭행하는 폭도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사법부가 지속 되는 한 언젠가 그들도 이러한 정치경찰에 의해 피해를 보게 되는 날이 오리라 하는 염려가 든다. 경찰이나 검찰 등 법치수호의 담당자들을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 바로 개혁이고 정답이다.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