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송영길, “결선투표 없다” 신호…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0-11 11: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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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10일에 끝난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최대 이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경쟁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득표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로 참패했다는 점이다.


물론 민주당의 애매모호 한 무효표 반영기준으로 인해 이 지사가 가까스로 ‘턱걸이 승리’를 하긴 했다.


하지만 ‘찝찝한 승리’를 거둔 그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실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지역 순회 경선에서 넉넉한 과반 승리를 이어오던 이재명 지사가 전날 국민·일반당원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완패했다. 이 지사의 득표율은 28.30%로 이낙연 전 대표 62.37%에 더블스코어로 패배했다.


3차 선거인단은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모집한 30만 5779명이다. 3차 선거인단 투표율은 81.39%로 11개 지역 순회 경선과 1~3차 슈퍼위크를 통틀어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들 3차 선거인단은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들이 이른바 ‘조직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로 모집한 1~2차 선거인단과 달리 개별 참여 비율이 가장 높다. 따라서 비교적 민주당 색채가 덜하고 중도층 성향에 가까운 집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의 3차 선거인단 투표 참패가 중도 확장이 승패를 좌우하는 본선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는 이유다.


특히 3차 선거인단은 봇물처럼 쏟아진 대장동 관련 새로운 의혹 한복판에서 투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장동 개발에 대해 이재명 지사를 심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 지사의 해명과 대응을 모두 지켜보고 나서 투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배임 및 뇌물 혐의로 구속된 것도 2차 선거인단 투표 때와 다른 점으로 꼽힌다. 결국,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이 지사의 연루 의구심이 커지면서 3차 선거인단은 1주일 전에 실시한 2차 선거인단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아마도 경선일정이 조금만 더 늦게 진행됐더라면 이 지사는 경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일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면 이낙연 전 대표가 역전할지도 모른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 제기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하기로 했다”며 11일 이의제기서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키로 한 것은 이런 연유다.


이낙연 캠프가 당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한 것은 무효표가 결선투표를 결정짓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선관위는 지난달 15일 강원 경선 다음 날 사퇴를 선언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득표 2만 3731표를 누적 투표수에서 제외하기로 한 바 있다.


이는 지난달 26일 전북 경선 직후 중도포기를 선언한 김두관 의원의 득표 4411표에도 적용됐다.


만일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하지 않고 총투표수에 그대로 놔뒀다면 이 후보의 득표율은 49.33%로 과반 득표에 실패해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당시 이낙연 측은 ‘제20대 대선 후보자 선출규정’ 특별당규 60조 1항에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투표에서 공표된 개표 결과를 단순 합산해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는 규정을 들어 “무효표 처리 없이 개표 결과를 단순 합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59조 1항에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돼 있는 점을 들어 “사퇴 후보의 표는 무효 처리한다”라고 결정해버렸다.


59조 1항과 60조 1항이 상반된 탓에 이런 사단이 발생한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억울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려면 이재명 지사가 결선투표를 수용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결선투표를 하면 대장동 악재로 승패가 뒤집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지사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본선에서도 이어질 것이고, 어쩌면 여당 대선 후보가 구속되는 초유의 상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후보교체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길 대표가 서둘러 이를 봉합하고 나선 점은 매우 의아하다.


만일 후보를 교체하려면 지금 하는 게 민주당에 타격이 덜할 텐데도, 문 대통령은 전날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이재명 지사의 대선후보 지명을 축하했고, 송영길 대표는 이날 "우리 당은 어제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추천서를 전달했다"라며 쐐기를 박았다.


결선투표는 없다는 것이다.


혹시 청와대는 후보가 교체되더라도 호남 출신의 이낙연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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