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치하지 마시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4-18 11: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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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처음 정치권에 등장할 때만 해도 국민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모습은 간데없고, 지금 그의 모습은 심술궂은 놀부가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 것 같아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다. 잇단 실패에도 반성 없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그의 오만함 탓이다.


비록 한때나마 그를 지지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정치 하지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실제 그의 ‘지분 챙기기’ 욕심은 끝이 없다.


당장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도식 씨를 오세훈 서울시장에 천거한 것부터가 그렇다.


지금 서울시의 정치적 상황에 비춰볼 때 정무부시장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서울시의회 시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은 조은희 서초 구청장 단 한 명뿐이다. 나머지 24명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여당 소속 구청장들과 시의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역할을 정무부시장이 해야 하는데, 과연 정치 이력이라고는 사실상 안철수 개인 비서실장의 경력이 대부분인 김도식 씨가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 대표가 정말 서울시 시정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거나. 서울시민을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런 사람을 부시장으로 천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약속을 지키려는 오세훈 시장은 아마도 안 대표가 천거하는 사람을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 대표는 자신의 비서 출신이 아닌, 정말 정무적 능력이 있는 사람을 추천했어야 옳았다. 그게 정치지도자의 도리이다.


그런데 자신의 측근을 서울시에 심기 위해 그는 그런 정치도의를 저버렸다. 지분 챙기기에 혈안인 그의 모습이 국민의 눈에 곱게 비칠 리 없다.


국민의힘과의 통합을 놓고 줄다리기하는 모습 역시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사실 국민의힘과의 통합을 먼저 선언한 것은 안철수 대표 자신이었다. 그 과정에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


실제로 그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갑자기 선거 후 통합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겠으나, 약속은 약속이다.


그런데 지금은 ‘당원들의 이견’을 이유로 미적거리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전날 충북 청주에서 열린 충청권 당원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 합당에 대해 당원들이 찬성하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당장 통합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며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모든 의견을 종합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 대표는 "어제(16일) 대구에서 가진 간담회에서보다 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자신은 통합하고 싶지만, 당원들의 이견이 있어서 통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날 모인 당원 숫자는 고작 50여 명 정도였다. 그들을 핑계로 통합을 미루는 것은 지분을 챙기려는 의도라는 걸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안 대표는 과거 국민의당 대표 시절, 유승민 의원의 바른정당과 통합할 당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 없이 곧바로 당원투표를 강행해 자신의 의지대로 통합을 강행한 전력이 있다. 그때는 묻지 않던 당원의 뜻을 지금은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 의도라는 게 ‘신설 합당’을 통해 자신의 지분을 챙기려는 것 아니겠는가.


당협위원장의 상당 부분을 내놓으라고 할지도 모른다. 물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지금의 당협위원장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간다면 모르겠으나, 현재 국민의당 당협위원장 가운데 과연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능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능력 없는 사람을 부시장으로 천거했듯, 단지 자신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당협위원장을 천거할 게 불 보듯 빤하다.


그러면 그게 과연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겠는가. 오히려 걸림돌만 될 것 아니겠는가.


그런 어설픈 짓은 국민이 보기에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미 국민의힘은 의총에서 양당 통합을 결의한 상태다. 안 대표에게 달렸다. 시간 끌기로 지분 챙기려 하지 말고, 야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주기 바란다. 그걸 못하시겠다면 이쯤에서 정치를 그만두시라. 그게 야권을 위한 길이고 국민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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