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쩌다 '백신처리국' 됐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8-22 11: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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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백신 1차 접종률이 50%를 넘어서자 '예상보다 빠른 진도'라며 자화자찬했다.


황당하다. 현재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38개 국가 중 꼴찌다.


실제 전 세계 코로나 백신 접종률 데이터를 제공하는 아워월드인데이타(Our World in Data)수치를 보면 지난 17일 현재 국내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률은 46.3%에 불과하다. 1차 접종율이 60~70%대인 대다수 주요국과 비교할 때 격차가 크다. 특히 2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 완료 비율은 20.4%에 불과해 OECD 3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고, 전 세계 평균(23.9%)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처럼 낮은 접종률로 인해 정부는 거리 두기 재연장과 영업시간 단축 등 고강도 방역 수칙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실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하면서 정부는 현행 거리 두기(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를 내달 5일까지 2주 더 연장하는 동시에 23일부터는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식당과 카페의 경우 4단계 지역에서는 매장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까지로 1시간 단축하도록 했다. 이는 자영업자들에게 있어서 사형선고와도 같다.


백신을 제때 접종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들이 흘린 눈물은 장대비보다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보다 빠른 진도'라며 자화자찬하는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아마도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9주 연속으로 확산세가 증가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빠르게 검사하고 빠르게 치료하는’ K방역을 유지하면서 주요 국가들 가운데 신규 확진자 수와 치명률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른 나라보다는 우리나라가 더 잘 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듣는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다.


더욱 가관인 것은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이 전달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백신이 남아돌지언정 초반부터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충분한 예산이 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박 수석은 전날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올리고 당·정·청이 1조 5000억 원으로 편성했던 백신 구입 예산을 2조 5000억 원으로 증액한 것은 문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밝혔다.


백신 수급에 대한 실패를 사과하기는커녕 마치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듯한 문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에 어안이벙벙할 따름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 'G7을 넘어섰다'라는 대한민국의 백신 수급 상황은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그토록 백신 확보를 자신하더니 이제 와 다른 나라에 손을 벌려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루마니아 정부가 폐기 직전의 모더나 백신 45만 회분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한국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루마니아가 기부하는 백신은 여름철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것들이라고 한다.


그것도 알바니아, 베트남, 튀니지와 함께 백신을 받는다고 하니,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처럼 ‘백신처리국’으로 전락한 것인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쯤 되면 문 대통령은 ‘자화자찬’ 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엎드려 석고대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상이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국민의 고통 앞에서 남 탓하는 유체이탈 화법은 그 고통의 무게를 더할 뿐이다.


이제 ‘K 방역’ 홍보도 지긋지긋하고, 언어 유희로 책임을 회피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인내하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했다. 지금은 백신 수급 무능으로 국민의 고통을 초래한 잘못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할 때다. 특히 백신 수급 상황에 대해 숨기지 말고 정직하게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경고하는데 그런 조치들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민, 특히 자영업자들의 분노는 한층 높게 쌓여갈 것이고, 그게 폭발하면 그 무엇으로도 막기 어려운 지경에 놓일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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