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적으로나 정무적으로도 이낙연이 맞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0-12 11: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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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11일 사퇴한 경선 후보의 표를 계산하는 방식이 잘못돼 이재명 후보가 10일 경선에서 과반이 됐다면서 결선투표를 진행해줄 것을 당에 공식 요청했다.


이낙연 캠프는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선을 중도 포기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2만 3,731표)와 김두관 의원(4,411표)의 득표를 모두 무효표로 처리해 총투표수에서 제외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법리적으로 판단할 때에 이낙연 전 대표의 주장이 맞다.


민주당 특별당규 59조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라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이낙연 캠프 측은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한 것만 무효에 해당하지, 사퇴하지 않은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유효투표”라며 “정세균 후보 사퇴일인 지난 9월 13일 이전에 정 후보에게 투표한 2만 3,731표와 김두관 후보 사퇴일인 9월 27일 이전에 김 후보에게 투표한 4,411표는 사퇴하지 않은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어서 당연히 유효투표”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민주당 당규 60조는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투표에서 공표된 개표 결과를 단순 합산해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사퇴일 이전에 정 전 총리에게 투표한 2만 3,731표, 김 후보에게 투표한 4,411표는 이미 순회 경선에서 선관위가 개표 결과 발표 때 유효투표로 공표한 것”이라며 “이후 무효라고 별도 공표나 의결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10월 10일 최종 결과 발표 때 ‘단순 합산’에 포함되는 것이 당헌·당규에 맞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무효표를 빼고 '유효표'를 기준으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을 계산하면 50.39%로 과반이 된다. 반면 무효표를 포함한 전체 표 기준으로 하면 49.31%에 그쳐 과반에 미달한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중도 사퇴한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사퇴 전과 후 모두 무효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며 막무가내다.


이 같은 당 지도부의 주장이 참으로 가관이다.


사퇴자들에 대해 행사된 표를 무효로 한다는 의미는 사퇴 이후 투표를 무효로 한다는 것이지, 사퇴 이전의 투표까지 모든 투표 자체를 무효표로 한다는 취지는 아닐 거다.


이건 상식이다. 만일 당 지도부와 선관위 주장대로라면, 3·4위 후보인 추미애 후보나 박용진 후보 등이 막판에 중도사퇴라는 카드를 통해 경선 중에 캐스팅보트를 쥐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후보 간의 담합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도사퇴 이후 표만 무효로 하는 게 맞다. 그게 공직선거법 취지와도 부합한다.


대법원 판례도 있다.


1995년 선창산업주식회사 노동조합 선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해 2월 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노조는 새 위원장 선거에 돌입한다. 3인이 출마한 1차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결선투표에 돌입하게 됐다.


결선투표에서는 조합원 총1065명 중 1013명이 투표했고 무효표는 18표가 발생했는데, 유효표 995표 중 후보 A가 502표, 후보 B가 493표를 획득했다. 무효표를 합친 1013표를 기준으로 하면 과반수는 507표고, 무효표를 뺀 995표를 기준으로 하면 498표가 과반수가 된다.


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유효표인 995표를 기준으로 과반인 502표를 얻은 A후보를 당선자로 확정하자, B가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조합 총회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임원으로 선출되려면 재적 조합원 과반수가 출석해 투표를 시행하고 총투표자 과반수의 득표를 해야 한다”며 무효 투표수를 제외하고 유효 투표수만을 모수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무적’으로 판단해도 당 지도부는 이낙연 전 대표 측에 힘을 실어주는 게 맞다.


이낙연 캠프는 애초 12일 예정됐던 해단식을 취소하고 상황점검회의를 하는 등 결선투표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이의제기를 거부할 경우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본선에서 이낙연 지지자들이 이재명에게 등을 돌릴 것이고 당 지도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원팀’ 전략은 무참히 깨질 것이다. 더구나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는 이미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후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송영길 대표는 서둘러 봉합하려는 태도를 보이니 의아하다. 어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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