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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키맨' 유동규 씨가 결국 구속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이 직접 대장동 개발을 설계했고, 유동규 씨는 실행자라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이재명 지사는 “유동규가 비리 연루자면 책임지겠다”라며 큰소리치기도 했다.
유 씨는 이재명 지사의 선거를 도왔던 인물로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다.
실제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이 지사의 성남시장 당선시 시장직 인수위 간사로 참여했으며 성남도시개발공사를 거쳐 2018년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 오르는 등 이 지사 옆에서 그를 도우며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이낙연 캠프 정운현 공보단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개인 입장임을 전제로 "유씨가 구속됐다. 이제 이재명 지사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본인이 약속했으니 답을 해보시기 바란다"라고 압박한 것은 이런 연유다.
이재명 지사가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강도는 날이 갈수록 약해졌다.
유 씨에게 압수수색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유 전 본부장의 연루가 확인되면 책임을 진다”며 마치 후보 사퇴 등을 포함해 모든 책임을 질 것처럼 큰소리쳤다.
하지만 압수수색이 들어간 이후에는 “나와 전혀 관계없는 모르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고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휘하의 공무원이나 산하 공공기관 직원이 상도에서 벗어났다면 당연히 관리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후 유 씨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 지사 측은 아예 “측근이 아니다”라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한마디로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를 성남시장 재임 때부터 보좌해 온 이른바 ‘성남라인’이 대장동 개발 의혹의 중심에 선 모습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데 이어 다른 성남라인 인사들도 개발사업에 관여했거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지사 캠프의 정진상 비서실 부실장과 김남준 대변인, 김용 총괄본부장, 그리고 이번에 구솓된 유 전 본부장 등이 대표적인 ‘성남라인’으로 꼽힌다. 정 부실장과 유 전 본부장, 김 대변인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신임이 두터워 각각 이 지사의 관우·장비·제갈량으로 불리며 ‘측근 3인방’으로 평가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초·재선을 거친 뒤 경기도정을 맡은 이후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08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아파트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을 맡으며 이 지사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에 출마했을 당시 조합장 신분으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가 당선된 후 그해 10월 성남시설관리공단 본부장에 임명됐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주도했고, 이듬해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재선한 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이동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사장 직무대리로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8년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후 그해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했고, 지난해 12월 임기 9개월을 앞두고 사임했다.
정 부실장은 1995년 성남시민모임에서 당시 변호사였던 이 지사와 함께 활동했으며, 이후 이 지사의 ‘복심’, ‘브레인’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이 지사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평가한 김 본부장은 2010~2018년 성남시의원을 역임하며 이 지사를 의회에서 지원했으며, 2018년 이 지사의 경기도청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정 부실장과 김 본부장도 대장동 사업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1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정 부실장과 김 전 대변인, 유 전 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 등 4명이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도원결의를 맺고 끝까지 비밀을 지키자고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부실장은 화천대유가 시행한 대장지구의 한 아파트를 특혜 분양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유동규 한 사람 ‘꼬리 자르기’로는 ‘몸통’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지사가 쉽사리 모든 것을 인정하고 고개 숙일 가능성은 없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미 진실이 빤히 드러났는데도 끝까지 허위를 사실이라 박박 우기는 종자들”이라며 “조국 시즌2가 될 듯”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이유다.
조국 딸의 가짜 표창장이 가짜로 인정되기까지 2년이 걸렸다. 거짓과 싸우는 일을 또 그렇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게 거짓이라는 걸 알고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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