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배짱영업’ 통할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15 11: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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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윤석열 점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조속한 입당을 촉구하고 있다. 독자 노선을 운영하는 버스운송업자가 타려면 타고, 아니면 말라는 식으로 아주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


앞서 이 대표가 당헌에 명시된 대로 대통령 후보자를 11월(대선일 120일 전)에 선출한다는 이른바 ‘경선 버스 정시 출발론’을 줄곧 강조해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윤 전 총장에 대해선 8월 말이라는 ‘마지노선’까지 스스로 정해 놓고, 입당을 압박하고 있으며, 안철수 대표에게는 ‘솟값은 후하게 쳐줄 테니’ 지분 챙기기 식의 합당을 추진하지 말고 개별적으로 입당하라는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면 조직과 자금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야권 단일후보는 ‘기호 2번’을 달고 선거를 뛸 수밖에 없다는 걸 믿고 이 대표가 “8월에 버스가 정시에 출발한다”라며 ‘배짱영업’을 하는 것이다.


그걸 ‘공정’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탑승을 기다리는 게 ‘불공정’하니, 이미 탑승한 승객들만 태워서라도 정시에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는 15일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막판에 뿅 하고 나타난다고 해서 당원이 지지해줄 것도 아니다"라며 윤석열과 안철수 등 당 밖 대선주자들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8월 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라며 입당 시간표까지 정해 놓았다.


심지어 윤 전 총장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은 지금까지는 문재인 정부 탄압에 반응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좋은 수치가 나왔다"라면서 “이제는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인 셈이다.


안철수 대표에 대해선 더 박하다. 그의 몸값을 ‘솟값’에 비유할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실제로 이 대표는 앞서 지역위원장을 모집한 국민의당을 향해 "솟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지만 갑자기 급조하고 있는 당협 조직은 한 푼도 쳐 드릴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 이준석의 이 같은 ‘배짱영업’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희한하게도 현재 분위기로 봐선 통하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같은 날 같은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의 경선 캘린더(시간표)를 염두에 두고 국민 여론을 볼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의 시간표와 이준석 대표의 (대선 경선) 시간표가 상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물론 그는 '신당 창당이나 제3지대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국민이 불러 나왔기 때문에 모든 선택지는 열려있다. 결정된 것은 없다. 행보를 보면 알게 되실 것"이라고 답변하는 것으로 여지를 남기기는 했으나 그건 수사적 언어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장예찬 시사평론가가 전날 이른바 ‘택시 직행론’을 꺼내 들며 이 대표의 ‘버스 정시 출발론’을 비판한 것에 대해 이 대변인이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고 깎아내리며 극구 부인한 까닭이다.


앞서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버스가 먼저 출발해도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직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언제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놓을 필요가 없다”라며 “버스비를 두둑하게 낼 수 있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데 먼저 출발하면 버스 기사만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장예찬 씨는 윤 전 총장의 지지자일 뿐이고, (택시 직행론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라며 “윤 전 총장의 입장과는 무관하고, ‘택시 직행’ 발언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


결국, 이준석의 ‘버스 정시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사실상 확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안 대표 측도 마찬가지다.


이날 안철수의 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준석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솟값을 운운했는데 그건 굉장히 부적절한 표현"이라면서도 “다만 경선 과정에서의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저는 이해한다”라고 저자세를 취했다.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 자칫 합당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탓일 게다.


결과적으로 젊은 이준석 대표의 ‘배짱영업’이 윤 전 총장과 안 대표에게 통하는 셈이다. 다만 국민의힘 없으면 안 된다는 식의 이 같은 ‘배짱영업’이 정권교체에 약(藥)이 될지는 의문이다.


자칫 중도 표심을 날려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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