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연기론 차단한 이재명 순항? 난항?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28 1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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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당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경선 연기론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 지도부가 예정대로 경선을 ‘9월에 실시한다’라고 확정할 때만 해도 이 지사의 대권가도는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28일부터 사흘간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고 2주간의 ‘예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되는 현재 그의 앞길은 가시밭길처럼 험난해 보인다.


그가 이낙연 대표 등 다른 경쟁 주자와 비교할 때 특별한 경쟁력을 지니지 못했다는 점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가 하면, 노골적인 ‘반이재명 연대’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그와 악연인 배우 김부선 씨의 끊임없는 도덕성 공세도 아픈 가시다.


실제 전날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의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장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비슷한 지지율을 보였다.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에 의뢰해 26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상 양자 대결에서 윤 전 총장 50.5%, 이 지사 40.5%로 두 후보 간 격차는 10%에 달했다. 격차가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윤 전 총장과 이낙연 전 대표의 양자 대결을 가정할 경우 각각 50.8%, 40.9%로 두 후보 간 격차는 9.9%p다. 비록 다자구도에선 이 지사의 지지율이 25.5%로 13%의 이낙연 전 대표보다 두 배 가까이 높기는 하지만, 본선 경쟁력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이 조사의 응답률은 3.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는 민주당 당원들이나 민주당 지지층이 반드시 이재명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으로 이 지사에게는 상당한 악재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미워도 지지할 수밖에 없다 없다’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8일 예비경선(컷오프·7월11일) 후보 단일화를 전격 선언하는 등 당내에서 불고 있는 ‘반(反) 이재명 연대’ 움직임도 그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동발표문을 통해 “정권 재창출의 소명으로 깊은 대화와 합의를 통해 7월 5일까지 먼저 저희가 하나가 되겠다”라며 “승리의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다른 주자들과의 ‘반 이재명 연대’가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들의 단일화 합의를 시작으로 이낙연 전 대표 등이 참여하는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는 이미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론’에 대해 협공을 펼쳐왔다.


이날도 정 전 총리는 한 방송에 출연, 이 지사의 대표정책인 기본소득론에 대해선 "기본소득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말이 소득이지 용돈 수준"이라며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정책으로 채택되기는 어렵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앞서 이낙연 전 대표도 "국민 한 사람당 매달 50만원씩 드린다고 해도 1년에 300조원,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 이상"이라면서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설계가 없다면 허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를 매개로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가 정책연대를 이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경선제도는 1차 예비경선에서 6명을 선정하고, 최종적으로 결선투표를 하게 되어 있다. 1위 득표자가 50%에 이르지 못하면 1, 2위 간 결선투표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본 경선에서 4명이 탈락하면서 누구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하게 되는 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 이재명 표심’이 정책연대 형태로 결집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배우 김부선 씨가 다시 ‘저격수’로 등장했다.


김 씨는 지난 2007년 이 지사와 처음 만나 15개월에 걸쳐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이 지사는 “양육비 문제 상담으로 우연히 만났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끊임없이 이 지사의 도덕성을 공격 중이다. 설사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대권 주자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도덕성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김 씨는 이번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한 번도 이재명을 유혹하거나 만나자고 하거나 전번(전화번호)조차 요구한 적이 없다”라며 “(이 지사가) 혼자 흥분했고 먼저 연락 왔고 혼자 사기 쳤다. 그럼에도 (나는) 여러 차례 보호까지 해줬다. 적폐는 다름 아닌 이재명이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난 이재명을 보면 정치깡패 이정재가 오버랩된다”라면서 “내가 끝까지 침묵한다면 먼 훗날 역사는 날 죄인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과연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고, 반 이재명 연대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또 김부선이라는 아픈 가시를 상처 없이 뽑아낼 수 있을까?


어쩌면 이 모든 게 그에게는 업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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