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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이준석 대표가 이를 응원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2030세대 남성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여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엔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에서 시작된 여성혐오에 ‘이준석 키즈’라는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노골적으로 편승하기도 했다. 양 대변인은 "혐오에 반대한다"라면서도 "핵심은 안 선수의 남성 혐오 용어 사용"이라며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려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준석 대표는 그의 대변인직을 박탈하기는커녕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되레 그를 감쌌다.
이런 전략으로 인해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가파르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룻밤만 자고 나도 지지율이 ‘뚝뚝’ 떨어져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8%로, 더불어민주당(35%)보다 7%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정당에 대한 남성들의 지지율은 32%로 같았지만, 여성들 사이에선 국민의힘(24%)과 민주당(39%)의 격차가 무려 12%p에 달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4월 13~15일 조사 때만 해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민주당(31%)과 비슷했다. 당시 여성들의 지지율 역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29%와 31%로 팽팽했었다. 그런데 이준석의 ‘반페미’ 전략으로 인해 여성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고, 그 결과 정당지지율에서 민주당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불과 4개월 만에 ‘젠더 갈라치기’로 인해 여성 표심을 상당수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에 대한 분노는 2030세대라면 여성과 남성 관계없이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감정이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성별과는 무관하다. 남성은 분노하는데 여성은 박수를 보낼 리 만무하다.
이런 분노에 찬물을 끼얹는 게 이준석의 ‘반페미’ 전략이다.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어차피 지지율 1~2%도 안 나오는 대선주자로 존재감이 극히 미미하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선출 가능성이 희박하다. 현재 지지율을 보면 99%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주자들은 별별 이상한 이슈를 띄워서라도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 안달한다. 그게 정권교체에 찬물을 끼얹건 말건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한 정당의 대표로서 그들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어선 안 된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젊은 표심을 짓밟는 행위인 까닭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으로 대선 구도는 이제 양강구도로 진행되고 단 1%가 아쉬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제1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유권자의 50%에 해당하는 여성들을 밀어내는 '마이너스의 전략'을 거듭하고 있으니 이런 철부지가 또 어디 있겠는가.
본인은 ‘애송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하는 행위를 보면 애송이 정도가 아니라 ‘철부지’다.
적어도 당 대표라면 도토리 주자들의 ‘여가부 폐지’에 맞장구를 칠 것이 아니라, 여가부의 획기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어야 옳았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가 "국민의힘이 2030세대 남성 중 일부의 시각만 대변하면서 표를 잃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연유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이준석 대표의 ‘무한 질주’에 제동을 걸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대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극단적 여성 혐오주의자들의 댓글 폭격이 두려운 탓이다.
이는 이른바 ‘대깨문’이라고 불리는 강성 민주당 지지층의 문자 폭탄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들이 민주당을 오늘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듯, 국민의힘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역대 대선에서 여성들의 선택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여성 표심을 짓밟고는 결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따라서 누군가는 용기 있게 나서서 이준석 대표의 퇴행적 ‘젠더 갈라치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걸 못하면 이 땅의 절반인 '여성 표심'을 사실상 눈뜨고 흘려보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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