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자강론’을 우려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27 1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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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선을 불과 8개월여 앞둔 시점이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변변한 대권 주자 한 사람 나타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당내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에 이어 하태경 의원까지 출사표를 던졌지만, 그들의 지지율은 극히 미미해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그들을 ‘도토리 주자’라고 부를 정도다.


그나마 그들보다 지지율이 조금 높은 홍준표 의원의 입당으로 숨통이 틔긴 했으나 그 역시 당 밖 대선 주자들에 비하면 무게감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그러다 보니 언론의 관심은 그들보다 서서히 몸풀기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에게로 옮아가는 모양새다.


이들은 모두 문재인정부에서 요직을 맡았거나 아직도 현직에 있는 인물들임에도 여권 주자가 아니라 야권 주자로 분류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적과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는 인물이 없다. 오히려 거리 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오는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윤석열 전 총장의 경우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전만 해도 입당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낙마 과정에서 보였듯 입당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가 며칠 뒤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실상 경질당헌 셈이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은 일단 국민의힘에 갇혀 있기보다는 폭넓게 지지층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구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래야만 ‘압도적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게 윤 전 총장 측의 생각이다.


이번 주 초 사의를 밝힐 것으로 전해진 최재형 감사원장도 사퇴 후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윤석열 X파일’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한 이후 국민의힘 인사들을 중심으로 ‘최재형 대안론’이 힘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검찰에 최 원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감사가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고발 사건을 정식으로 수사하기로 한 것인데 “원전 수사에 대한 정권의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 원장은 문재인정부에서 감사원장으로 발탁됐지만, 정치 행보에 나서면 야권을 배경으로 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즉각적인 국민의힘 입당은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도 야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고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준석 대표는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8월 정시 버스 출발론’은 당 밖 주자들이 없어도 당내 주자들만 가지고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믿는 자강론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싣는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당내에서 거론되는 ‘도토리 주자’들만 가지고는 정권 교체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자강론’을 주장하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3위에 그친 사례가 있다. 당시 보수 정당 주자들의 합산 득표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수를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후보 단일화는 정권 교체의 ‘선결 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준석 당 밖 주자들을 당내로 끌어들여 그들을 ‘불쏘시개’로 삼아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을 야권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 경선룰은 당원 50%, 여론조사 50%를 규정하고 있다.


당원들이 후보 선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런 규정으로 인해 당 바깥에 있던 대권 주자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 경선을 치르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덜컥’ 입당부터 했다가는 자칫 도토리 주자들에게조차 패하는 수모를 당할 수도 있는 탓이다.


따라서 윤석열 최재형 등 당 밖 인사들이 당내에 들어오지 않고 후보 단일화를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난 4·7 보궐선거에서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방식을 모델로 하자는 것이다.


즉 당내에선 당내 인사들만 가지고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른 경선을 치르도록 하고, 당 밖에선 윤석열 최재형 김동연 등이 별도의 경선을 치른 후 양측 승자가 최종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끝까지 ‘자강론’을 고집하며 입당을 강요할 경우, 대선은 야권의 패배로 귀결될 것이고, 그 책임은 모처럼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킨 이준석 대표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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