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공룡캠프’ 우려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0-28 1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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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입김 센 사람은 큰소리치고 젊은 실무자는 재능을 썩히는 꼴이다. 실무진과 후보가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다.”


“파리가 떼로 앉아 있는 게 훤히 보인다. 개인적 이익 추구를 위해 캠프에 들어온 사람도 많이 있다.”


“마치 구조조정을 앞둔 회사 같다. 누군가는 와서 싹 다 물갈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28일 현재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룡캠프’에 대한 냉혹한 평가다.


실제 윤석열 캠프는 덩치 키우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오만잡동사니가 다 모여 있다.


어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합류한 하태경 의원을 포함해 현재까지 국민의힘 현역의원 103명 중 36명이 윤 전 총장 지지를 선언했다.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공천을 생각하다 보니 가능성이 큰 쪽에 줄을 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걸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캠프 내에서 그들의 입김이 너무 세어서 정작 젊은 실무진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후보와 실무진이 소통할 기회도 많지 않다.


그에 따른 리스크는 윤석열 후보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아직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탓에 윤 전 총장은 실수가 잦은 편이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노회한 정치인들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줄이는 노력은 해야 한다.


그러려면 후보와 캠프 실무진들이 자주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캠프는 ‘공룡캠프’다. 그것도 ‘매머드급’으로 평가받을 만큼 대규모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캠프에선 실무진과 후보가 직접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실수가 잦은 것이다.


지난 10월 초 윤 전 총장 손바닥에 적힌 ‘임금 왕(王)’자 논란에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후보와 대변인 간 메시지가 통일되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 당시 김용남 대변인이 “주로 손가락 위주로 씻으신 것 같다”라는 황당한 해명은 외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말았다.


같은 달 19일 윤 전 총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윤 후보가 즉시 사과하고 털어내야 하는데 캠프는 “그런 취지가 아니다”라며 수습하려다 되레 문제를 키웠다.


앞서 지난 9월 26일 열린 TV토론에서는 윤 전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꺼낸 ‘종전선언’에 대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내놓은 담화문을 “못 들었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무와 공보를 담당하는 인력만 십수 명에 달하는데, 제 기능을 100%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캠프의 모습을 드러낸 꼴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이미 캠프가 만들어질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윤 전 총장 캠프에는 과거에 극렬히 대립한 친이계와 친박계는 물론 민주당의 뿌리 중 하나인 옛 DJ계까지 참여한 그야말로 ‘잡동사니 짬뽕캠프’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구동교동계 인사들을 영입했을 때는 ‘박정희와 김대중의 역사적 화해’ 혹은 ‘동서화합’이라는 정치적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그런 명분조차 없이 덩치만 키운 탓이다.


오죽하면 윤석열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한 진보 성향 법학자 신평 변호사가 “윤 전 총장 캠프에 파리가 떼로 앉아 있는 게 훤히 보인다”고 한탄했겠는가.


김종인 전 위원장도 윤 전 총장을 겨냥해 “파리 떼에 둘러싸여 5개월 동안 헤맸다”라고 혹평한 데 이어 “15년 전에 설치던 사람이 캠프에 들어와 있다. 일반 국민이 보기에 ‘무슨 새로운 사람이냐’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전 총장도 캠프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실제 윤석열 캠프에는 현재 컨트롤타워가 없다. 중구난방이다. 이것은 윤 전 총장이 캠프의 역할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속도전과 보안이 동시에 요구되는 특수부 검사 체질이 익숙한 그의 성향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매우 위험하다. 정치는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서로 긴밀하게 논의하고 절충점을 찾는 게 정치다. 그걸 위해서라도 지금의 윤석열 캠프는 해체 수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라는 노인 비하 발언으로 당에서 중징계까지 받았던 하태경 의원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정신 나간 선택이다. 그동안은 60대 이상 층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가 홍준표 의원보다 월등하게 앞섰으나 이제는 ‘하태경 영입’이라는 악수로 그것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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