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가, 꿩(윤석열) 잡는 매라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17 12: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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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몸집만 키워줄 것이라는 일부 지적을 "우스꽝스러운 프레임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자신을 ‘꿩(윤석열) 잡는 매’라고 표현했다.


이쯤 되면 ‘과대망상’도 가히 중증이라고 할만하다.


실제로 추 전 장관은 17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자신의 등장이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제1야당에서 변변한 대권후보 하나 없어서 윤석열 지지율만 올라가고 있는 걸 누군가 탓하고 싶어 일부러 그렇게 얘기하는 거 아닌가 싶다"라며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자기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 마디로 ‘꿩 잡는 매가 두렵다(라는 뜻으로 읽힌다)’라는 말”이라고 아주 희한한 해석을 내놨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을 '꿩 잡는 매'라고 지칭한 배경을 묻자 "윤석열이 어떤 사람인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내가 지휘감독자니까"라며 자신이 실체를 까발린다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이 급락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윤 전 총장을 야권의 대선 주자로 키운 사람은 추 전 장관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여야 모든 후보를 통틀어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1~12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35.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27.7%),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2.6%)가 윤 전 총장의 뒤를 이었다. 이어 홍준표 의원(4.1%), 오세훈 서울시장(2.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6%), 정의당 심상정 의원(2.3%), 추미애 전 장관(2.2%), 정세균 전 국무총리(1.8%) 순이었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6.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이처럼 강력한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것은 추 전 장관과의 갈등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아예 이름조차 거론조차 되지 않았었다.


앞서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방해’,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망 손상’ ‘총장 대면 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언론사주 부적절한 접촉’ 등 6가지 혐의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이었던 윤 전 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관련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직무배제 명령을 취소하라고 행정소송을 냈으며, 당시 윤 전 총장은 이른바 ‘재판부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관련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추 전 장관은 윤 총장 측이 내부 문건을 공개한 지 약 2시간 만에 윤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대검에 전격 수사 의뢰로 맞불을 놨으며 이어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를 열겠다고 윤 총장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이후 평검사를 비롯한 고검장 등 간부들까지 나서 ‘법치주의 훼손과 절차적 정당성 결여’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법원도 직무배제 및 징계 중지 결정으로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윤 전 총장의 몸값이 치솟았고, 단숨에 강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추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잠시 하락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세간에선 ‘윤석열 선대본부장은 추미애’라는 우스개까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윤석열 잡는 매’라고 하니 세상 사람들이 비웃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추 전 장관은 자신의 출마 선언 시기에 대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당 일정에 맞추고 있다"라고 전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대선후보 선출 일정을 연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정대로 진행할 경우 이달 25~26일쯤 후보등록을 받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추 전 장관도 다음 주 초 대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정말로 그의 장담처럼 윤석열을 잡는 매가 될지, 아니면 그동안 윤석열을 대권 주자로 키워주었듯, 그의 등장으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더욱 올라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할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추 전 장관이 대권 링에 오르는 순간,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윤 전 총장과의 대립각이 형성될 것이고, 그로 인해 다른 민주당 주자들의 존재감은 미미해질 것이란 사실이다. 이재명 지사는 물론 요즘 뜨는 분위기의 박용진 의원이 입는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을 ‘윤석열의 선대본부장’이 아니라 ‘윤석열 잡는 매’라고 표현하는 걸 보면, 정말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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