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너무나도 ‘가벼운 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8-12 12: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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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당 대표는 그저 조연으로서 대선과정에서 주연인 후보들이 더 빛나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 대표는 불필요한 말과 글을 줄이고 공정한 대선준비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힘 내에서 가장 중립적인 인사로 평가받는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이 12일 이준석 대표의 ‘가벼운 입’을 우려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준석 대표의 ‘정치 스승’으로 불리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당 대표는 말을 많이 하면 실수를 할 수밖에 없으니 가급 적이면 안 하는 것이 좋다"며 "남들이 뭐라고 한다고 일일이 답할 필요가 없다"라고 조언했다.


오죽하면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 지목한 유승민 전 의원마저 이 대표를 향해 “말을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라고 신신당부했겠는가.


이들의 발언을 보면, 이준석 대표의 그 가벼운 입이 당내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는 이날도 윤석열 측을 향해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발끈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제1야당의 대표라면 그에 걸맞게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에게선 좀처럼 진중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대체 국민의힘 내에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윤석열 캠프 측은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자신들의 권한을 넘어서 조기 예비후보 토론회를 추진하는 데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이다.


아직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꾸려진 것도 아니고, 예비경선 후보 등록이 이뤄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경선준비위원회가 권한을 넘어서서 대권 주자들을 불러모아 행사를 벌이는 것은 너무나도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대선 예비후보자'와 '예비 경선 후보자'는 구분되는 데, 대선 예비후보자는 중앙선관위의 예비후보 등록 일정과 맞춰 선거일 240일 전인 지난달 12일부터 등록을 받았지만, 예비경선 후보자는 오는 30~31일에야 등록을 받는다.


더구나 당내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 13명 가운데 이날까지 대선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주자는 박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장기표 경남김해을 당협위원장 등 모두 4명뿐이다.


결국, 18일 토론회를 강행할 경우 예비경선 후보 등록은 물론 대선 예비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을 불러놓고 토론회를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을 추진하는 경준위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서조차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김재원 최고위원은 "경선 선거운동의 하나로 합동 토론회 또는 TV토론 등이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지만,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이라며 "이걸 경준위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권한에 있지도 않아 그런 일을 벌이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라고 지적했다.


대체 이준석 대표는 왜 이 같은 황당한 무리수를 두는 것인가.


단순히 철부지 당 대표의 ‘의욕 과다’ 탓인가.


어떤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스스로 언급했듯,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하는 개인적 욕심에서 당 대표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은 아닐까?


윤석열 전 총장이 총장직에서 사퇴한 날인 지난 3월 6일 이준석 대표가 유튜브 방송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이 되고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야지”라고 말한 영상이 재조명되는 상황에서 그런 의구심을 갖는 건 매우 합리적이다.


곽상도 의원이 “지금껏 해 온 일들이 특정 후보를 도우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건 이런 연유다.


당 경준위가 당헌·당규를 넘어서 토론회 개최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윤석열 캠프의 신지호 정부실장이 “당 대표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탄핵도 되고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한 것 역시 그런 의구심이 바탕에 깔린 탓일 게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는 역시 분을 참지 못하고 이날 “‘탄핵’ 이야기까지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졌다”라며 발끈한 모습을 보였다.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도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라며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가세했다.


물론 이준석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정치적 ‘부자(父子) 관계’이고 그를 도우려는 심정은 이해한다. 경준위의 황당한 ‘조기 토론회’가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에 한몫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해야 할 당 대표의 역할은 아니다.


부디 이준석 대표는 너무나도 가벼운 그 입을 다물라. 자신의 존재 과시가 되레 유력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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