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靑, 최재형에 융단폭격…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7-01 12:25:3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집권세력이 1일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융단폭격을 가했다.


특히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1일 최 전 감사원장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이미 대선 출사표를 던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말을 아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철희 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최 전 원장의 사퇴에 대해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퇴하는 것”이라고 폄훼했다.


그러면서 “이게 또 좋지 않은 선례로 남아서 다음에 오시는 분들이 또 이 자리를 활용해서 뭔가를 도모할 수도 있겠다 싶은 걱정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수석은 "(감사원같이)중립성·독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는 외부에서 중립성·독립성을 해치면 안 된다는 게 있지만, 당사자도 중립성·독립성을 위해 일체의 다른 고려를 말고 희생해달라는 요구도 있다“라며 "제가 아는 한 (문)대통령이 이러쿵저러쿵 언급하신 것 없이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줬는데, 개인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사퇴하는 거라 아쉽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최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전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야권의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최 전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 규정된 감사원장 임기제의 취지를 훼손하고,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점에 사의를 표명한 건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반면 이철희 수석은 최 전 감사원장에 대한 비판과는 달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실제 이 수석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대선에 출마하신 분에 대해서 청와대가, 대통령 곁에 있는 사람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아닌 것 같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윤 전 총장 역시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났다는 점에선 최 전 원장과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투톱’인 윤호중 원내대표의 최재형 전 원장에 대한 비판은 더욱 노골적이다. 결과적으로 당청(黨靑)이 협공으로 ‘최재형 깎아내리기’에 나선 셈이다.


실제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향해 “탈영병 아니냐”고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공격에 나섰다.


그는 “공직사회의 기준, 공직자 업무·능력 등을 다뤄 줘야 하는 감사원장이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건 사실상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않고 근무지를 이탈한 탈영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원장은 전혀 진보적인 인사가 아니었다”라며 “실패한 인선이었다”라고도 했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 움직임에 대해선 "월성원전 관련 감사원 감사가 있을 때 외부에서는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감사가 아니라고 감사원을 두둔하고 신뢰를 보내지 않았느냐"며 "그런 신뢰를 박차고 자기 발로 걸어서 대선으로 직행한다? 이건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권력을 감사하라고 했더니 정치 감사하고, 자기 정치를 시작했다"라며 "감사원이 정치에 동원됐다는 나쁜 선례와 인식을 남겼다. 그를 믿고 따른 수많은 감사원 공직자에 큰 죄를 지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여권이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최 전 감사원장을 향해 이처럼 ‘악담’을 퍼붓는 것일까?
아마도 그의 등장이, 특히 그가 대선 출마 선언할 경우, 여권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탓일 게다. 그동안 야권에선 유승민 원희룡 하태경 등 낮은 지지율로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이른바 ‘도토리 주자들’만 난무하던 상황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등장했으나 긴장감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윤석열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 빤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전 원장의 등장은 야권후보 경쟁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재명 독주체제가 이어지는 민주당 경선은 상대적으로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최 전 원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지 못하도록 당청이 미리 집중 공세를 펴는 것이라면, 그 방식이 너무나 치졸하다.


최 전 원장을 공격하기 이전에 그가 임기 도중 사퇴하고 정치참여를 결단할 수밖에 없는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간 자신들의 잘못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임이 옳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