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이재명, 오세훈에게 한 수 배워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10 12: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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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한때 독주체제를 이어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앞길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불법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의원 12명에 '탈당 권유'를 결정했는데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대선주자는 바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탈당을 권유받은 12명 의원 중 무려 5명이 이재명계다.


실제 탈당 권유를 받은 김한정·문진석·서영석·양이원영·임종성 의원 등은 이 지사의 대선 공약 및 정책 수립 역할을 위해 지난달 20일 출범한 '성공포럼'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렸고, 이 가운데 특히 문진석 의원과 임종성 의원은 이 지사의 측근 그룹인 이른바 '7인회'에 포함된 핵심 중의 핵심인물이다. 가뜩이나 현역 합류 의원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부재로 이 지사 캠프가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이른바 ‘이재명 표 정책’인 ‘기본소득’이 다른 주자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상황도 이 지사에겐 부담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재원 대책 없는 기본소득은 허구이며 연 300조 원은 국가예산 절반으로 현실성이 없다”라고 비판했으며,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재원 대책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기본소득은 한 달에 5만원이나 10만원, 20만원, 30만원을 전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것"이라며 "일자리 정책과는 거의 반대"라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은 "국민 1명당 월 4만원씩 나눠주면 연간 25조원이 든다. 가진 사람에겐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가 낮고 가난한 사람에겐 한없이 부족한 돈이지만 국가적으로는 막대한 돈이 소요된다"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당내에선 ‘기본소득’이 아니라 ‘기본 용돈’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의 시범안으로 제시한 '월 4만원 기본소득 지급' 안에 대해 "기본 용돈"이라고 평가하며 "지금과 같이 용돈 수준의, 기본 용돈을 가지고 기본소득이라고 말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라고 했다.


따라서 이 지사가 ‘기본소득’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경선 연기론도 갈길 바쁜 이 지사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현재 민주당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8명 중에서 경선 연기에 대체로 찬성하는 후보는 이낙연, 정세균, 이광재, 김두관, 양승조, 최문순 등 6명이다.


반면 이 지사의 반대 의지는 확고하다.


이 지사는 "뭐든 원칙대로 하는 것이 좋다"라며 "국민이 안 그래도 (서울·부산시장 선거 때) 공천을 안 하기로 한 당헌·당규 바꿔서 공천한 것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당헌 당규를 개정하면서까지 경선을 연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 제88조(대통령후보자의 추천) 2항은 "대통령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당헌.당규 개정 없이도 ‘상당한 사유’를 근거로 경선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식 출마 선언이 임박한 김두관 의원과 이미 출사표를 던진 최문순 지사도 이 조항을 근거로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가 마냥 고집을 부릴 수만은 없다.


그러려면 자신이 ‘필승 후보’라는 점을 당에 인식시켜야 하는데 10일 공개된 여론조사를 보면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201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이 35.1%를 기록했다. 반면 이 지사는 23.1%에 그쳤다. 격차가 12.0%p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특히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윤 전 총장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무려 51.2%에 달했다. 반면 이 지사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고작 33.7%에 불과했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다. 응답률은 4.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면 이 지사는 ‘필승 후보’는커녕 자칫 ‘필패 후보’로 낙인 찍힐 위험이 있다. 한때 경쟁자 없이 독주 양상을 보였던 이재명 지사의 운명이 어쩌다 이렇게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게 됐을까?


이른바 ‘사이다 발언’이 그 수명을 다한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청량음료가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서울시 ‘생활만족도’가 29개월 만에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정책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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