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개헌논의에 동참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08 12: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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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8일 차기 대선 화두로 '개헌'을 띄우고 나서는 등 여권 인사들이 연일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여야 모든 후보가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는 분이 임기 초에 여야 합의로 개헌을 추진하는 게 이상적"이라며 "통합의 정치로 가야 한다. 답은 연정밖에 없다"라고 단언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권 대선주자들도 릴레이식으로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


사실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라는 당시 시대적 과제를 달성했지만, 새로운 기본권이나 사회통합 등 현재의 시대적 요구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개헌론의 핵심인 권력 구조 개편을 강하게 띄우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지적해야 하는데 여권 대선 주자로선 그게 상당한 부담이다. 그러다 보니 여권에서 권력 구조 개편을 주장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정철 전 원장이 ‘통합의 정치’와 ‘연정’을 위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을 받는 현행 체제에선 대통령이 연정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승자독식의 잘못된 시스템 탓이다. 따라서 ‘연정’이 답이라는 그의 주장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하자는 주장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여권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내년 대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해야 한다며 개헌을 통한 전면적 권력 구조 개편을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을 중심으로 외치를 책임지고, 국회가 추천한 국무총리가 내치를 책임지도록 하자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안을 들고 나왔다.


특히 그는 "제가 다음에 대통령이 된다면 4년 중임제 개정을 성공시켜 임기를 1년 단축할 용의가 있다"라며 "이번 대선이 개헌을 성공시킬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당시 개헌안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현행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기만 3년 더 연장이 가능한, 그래서 ‘황제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을 받는 ‘4년 중임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고, 결국 투표 불성립으로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반면 정 전 총리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내각제 형태의 ‘4년 중임제’ 개헌을 들고나온 것이어서 반갑기 그지없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임기를 1년 단축할 뿐만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 부분을 내려놓겠다는 그의 개헌론은 역대 모든 대통령이 불행을 겪었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퇴임 후 안위를 보장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에 비춰볼 때 최적의 방안일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는 다른 대선주자들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당장 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부터가 개헌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여권 주자들 가운데 자신이 대통령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 그가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는 개헌에 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개헌론에 동의할 경우, 이재명 지사도 이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를 지휘했었고, 검찰총장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하다가 총장직에서 쫓겨난 이력의 소유자로서 현행 대통령제 폐단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설사 자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역대 대통령들의 불운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윤 전 총장이 분권형 개헌과 대통령 임기 1년 단축에 동의하는 개헌을 약속하면 그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다.


촛불로 세운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무능함에 실망한 이번 대선이야말로 87년 낡은 체제를 끝장내고 새로운 ‘제7공화국’ 시대를 여는 개헌의 적기다. 그러니 이재명 지사는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는 권력욕을 버리고 개헌논의에 동참하라. 탐욕이 지나치면 경선에서 무너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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