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양 자유수호국민연합 공동총재

바람 잔잔하던 국민의힘에 이준석 돌풍과 윤석열 태풍이 만나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마치 단선 철로 위를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와도 같다.

양 진영은 지금 정권교체의 똑같은 목적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주도권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 과정에서부터 생겨난 불편한 감정의 불씨가 원인일 수 있지만 아직 대선후보 선출과 선거관행이 정착 되지 못한 탓도 있다.

대선후보 선출 과정을 보면 노태우 대통령 후보 때 까지만 해도 당이 중심이 되어 후보가 선출이 되었지만 그때부터 선거를 주도하는 세력은 당에서 후보의 사조직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는 당 ‘총재’의 권한이 막강해서 당 총재가 직접 후보로 나섰으며, 특히 YS의 사조직이었던 ‘민주산악회’의 위력은 많은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는 후보 선출에서부터 모든 선거 과정을 후보의 대선캠프가 선거의 지휘를 총괄했다. 국민의힘 경선과정의 불협화음도 중앙당과 캠프가 공존하다 보니 당과 캠프가 서로 경쟁하고 긴장 관계에 빠지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돌풍으로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이 대표와 여론 지지율 1위를 내세운 윤 전 총장 간의 세 대결 측면이 있다.

두 사람간의 힘의 세기를 보면 이 대표의 돌풍으로 국민의힘 당원가입이 전례 없이 늘어나고 있지만, 천하의 인재가 몰리고 있는 대선캠프의 바람은 따라 갈 수 없다.

그렇다면 두 사람간의 이번 논쟁도 어느 쪽이 양보를 해야 할 지는 이미 그 답이 나와 있다. 정권교체의 시대적 소명을 함께 해결해야할 당 대표와 대선후보가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것은 백해무익한 일이다.

두 사람의 이전투구 결과는 여론조사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항간에는 국힘 사람들은 ‘대통령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 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캠프 간 다툼을 말리고 중재해야할 당 대표가 직접 논쟁에 뛰어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급기야 그동안 당내 경쟁자를 향한 비판을 최대한 자제해온 최재형 전 원장이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을 더는 실망시키면 안 된다”며 두 사람의 정치적 공방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캠프 정치와 관련해 우리나라도 당과 캠프의 불편한 동거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이다. 대통령제를 택한 다른 국가들을 보면 미국에만 대선주자 캠프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처럼 중앙당이나 사무처가 없으며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 조직도 없다.
더욱이 이준석 대표는 내전을 방불케 하는 캠프정치의 공방 과 열정을 대선승리의 저력으로 승화 시켜야 할 무거운 책무를 안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정권교체의 호기를 맞고 있다. 윤석열 최재형 캠프를 비롯한 각 캠프에도 천하의 인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좋은 의미에서 보면 각 캠프는 모처럼 다가온 정권교체 가능성에 저마다 대선후보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경선일정도 정해졌다. 오는 9월 15일 8명, 10월 8일 본 경선에 오를 4명의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본 경선에서만 10여 차례의 토론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의 선거 구도를 어떻게 내다보고 어떤 선거 전략을 구상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지금의 이준석 대표의 행보를 보면 자신감이 지나친 듯해서 걱정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역사상 3자 또는 다자구도에서 한쪽 세력의 단일화 없이 이긴 전례가 없다. 민주화 선언 이후 노태우 후보는 김영삼-김대중의 양분으로 인해 대통령에 당선됐고 김영삼 후보는 민정?민주?공화의 3당 합당 후보로 당선 됐다.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이인제 후보의 양분에다 DJP연합으로 대통령에 되었고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극적인 단일화를 이뤄 대통령에 당선 됐다. 우리나라처럼 여?야의 세력 분포가 거의 대등한 유권자의 성향에서는 단일화 또는 분열이 승패를 가르는 가장 큰 분수가 되었다.

국민의힘이 제3지대에 있던 윤석열 최재형 후보가 전격 입당하자 경선열차가 제때에 출발 하게 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협상에는 이제 큰 관심이 없는듯하다.

아직도 제3지대에는 김동연 전 부총리가 출마 채비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가 합세하면 대선정국에 향방을 점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분열구도 대선만은 막아야 한다.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이 부족하면 선출된 대선후보가 나서서라도 야권통합과 야권후보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정권교체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잔머리 굴리지 말고 상식을 가져야한다. 고 이만섭 의장께서 생전에 말씀하신 “정치와 사랑은 계산하면 안 된다”는 말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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