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업 법제화’ 서두르면 독이 될 수도, 선업후법(先業後法) 패턴 바람직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4-30 13: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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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이 법제화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고, 모든 직업을 법제화할 필요도 없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사생활과 타법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은 당장이라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2018.6.28)와 이를 반영한 경찰청의 명료한 행정해석(2019.6.17. 탐정업 관련 민간자격 등록 수리), 신용정보법상 ‘탐정 호칭’ 사용 금지의 해제(2020.8.5) 등 일련의 법제 환경 변화로 이제 대한민국 법전 어디에서도 탐정(업)을 금지한다는 법문이나 법리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으며, 이로 ‘탐정업의 직업화’는 되돌릴 수 없는 생업이자 민생의 한 단면으로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탐정업에 대한 ‘금지의 해제’로 그 직업화는 사실상 가능해졌으나, 이를 뒷받침 한다거나 규율하고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가칭) 탐정업관리법’ 제정 등 탐정업 명문화(법제화) 작업은 말만 무성할 뿐 아직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탐정업 직업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약이라는 점에서 ‘탐정업 법제화 지체(遲滯)’에 대한 업계의 실망은 실로 적지 않다.

그간 한국형 탐정업의 법제화 추진 경과를 간추려 보면, 17대 국회 때(2005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16년간 10명의 의원이 13건의 탐정업 법제화 관련 법안(일명 탐정법)을 발의 하였으나, 11건은 회기 종료 등으로 폐기되고 21대 국회에서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보편적 관리제’ 법안과 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공인제’ 법안이 계류되어 있으나 이마저 ‘법률 체계의 미비’나 ‘재탕 발의’ 등으로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뒷전에 밀려나 있는 형국이다.

사실 ‘모든 직업이 법제화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고, 모든 직업을 법제화할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업계의 입장에서는 ‘탐정업의 법제화’를 굳이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법제화가 탐정업의 전제가 되는 필요(필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탐정업의 ‘직업화’와 ‘법제화’는 별개의 개념으로, 법제화되지 않았다하여 직업화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탐정업의 법제화는 소비자들과의 신뢰 형성에 또 하나의 반석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를 희구하고 있을 따름이라 하겠다(현재 탐정업은 신고나 등록 또는 허가제가 아닌 ‘비법제화 상태의 보편적 자유업’이며 그 종사자는 8,000여명에 이름).

한편 우리 사회의 ‘탐정업 법제화 지체’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보자는 견해도 최근 정·관·학·업·언론 및 시민들 간에 적잖게 대두되고 있다. 즉 ‘제대로 된 탐정업은 우리 역사상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는 측면에서 ‘탐정(업)의 법제화는 직업화 진행 과정을 지켜본 후(일정 기간 이 지난 후) 결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사후에 논의 되어도 결코 늦지 않다’는 선업후법(先業後法) 패턴 유지를 요망하는 논리가 날로 비등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필자는 오래 전부터 탐정업의 법제화는 긴요한 일이긴 하지만 선업후법(先業後法) 패턴에 입각함이 바람직함을 거듭 역설해 왔다.

일본의 경우 1880년대부터 2006년 까지 탐정업을 무규제(자유업) 상태로 용인하면서 그 업태의 흐름을 긴 세월 지켜보다가 방임 126년만에 ‘신고·등록제 법제화(보편적 관리제)’를 이루었다. 당시 공인탐정(공인탐정법) 도입 주장도 만만치 않았으나 탐정의 업태(實際)를 장기간 체험하고 목격하거나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탐정은 업무의 특질상 공인(公認)의 대상으로 삼을 존재가 아니며, 어느 시대건 관리를 통한 적정화(適正化)의 대상이 됨이 옳다’는 중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오랜 주시(注視)와 검증(檢證)에 토대한 탐정업 지도이념(탐정업 업무 적정화에 관한 법률, 선업후법의 산물)에 힘입은 일본의 탐정업은 오늘날 6만여명에 이르는 사설탐정이 규제가 거의 없는 네거티브형(타법에 저촉되지 않는 탐정업무는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형태)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탐정(민간조사업) 때문에 불편해 못살겠다’는 불안이나 불편 민원은 ‘가뭄에 콩 나듯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해지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하겠다.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탐정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중앙선관위정당정책토론회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치안정보업무20년(1999‘경감),경찰학강의10년/저서: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학·탐정학,경찰학개론,정보론,경호학外/탐정제도·치안·국민안전 등 530여편의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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