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1-01 13: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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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2012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 대권 도전이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의사당 앞 잔디광장에서 '준비된 미래, 시대교체 안철수'를 주제로 대선 출마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정권교체를 넘어서서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대통령, '시대교체'를 통해 새 시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대통령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별로 감흥이 없다.


안철수는 여야의 기존 대권 주자들에 대해선 "국민은 '놈놈놈 대선'이라고 한다.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만 있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능력도 도덕성도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래서 자신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대선 주자들에 대한 안철수의 평가가 틀린 것만은 아니다.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유권자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오는 건 그런 유권자들의 민심이 표출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힘 주자들 가운데 딱히 마음 가는 사람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른바 양강 후보라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홍준표 의원에게 온전히 마음을 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내로남불’의 문재인 정권과 ‘대장동 몸통’ 이재명 후보를 심판하기 위해선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인해 야권 주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을 뿐이다. 실제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 여론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이번 대선은 “최악(最惡)의 후보 이재명을 피하기 위한 차악(次惡)의 후보인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불행한 선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당이 "대선주자들의 부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워낙 큰 탓에 안철수 대표가 대선에 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왜 또 안철수인가'에 대한 답변은 되지 못한다.


‘새정치 브랜드를 앞세운 안철수는 지난 10년간 창당과 탈당, 정치 휴업과 재개를 반복했을 뿐, 정치개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 사이 안철수라는 이름은 상당 부분 빛을 잃었다.


사실 안철수가 그동안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었던 건 ‘제3지대’에 대한 국민의 갈증 때문이었다.


적대적 공생 관계 속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패권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닌 제3세력을 갈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안철수가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때, 그런 민심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자력으로 원내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을 정도의 단단한 제3당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걸 지키지 못했다.


아니 단순히 지키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만들어 준 밥그릇을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실제로 그는 호남 주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른정당 유승민 일파와 일방 통합해 버렸다. 이후 통합정당에서 유승민 일파가 제3지대를 지키려는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고 당권을 장악해 제1야당에 헌납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손학규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되레 이태규 의원 등 자기 측근이 유승민 쿠데타에 합류하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자신도 제3지대를 버리고 제1야당에 들어가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으며, 이후 합당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안 대표가 결국 “합당 결렬”을 선언하기는 했으나 ‘제3지대’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니라. 이준석 대표가 지분을 챙겨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은 탓이라는 건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따라서 야권 후보에 대한 안철수의 비판과 지적은 상당히 일리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가 답이다”라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그 열기를 당선 가능성이 1도 없는 ‘제3지대’로 찬물을 끼얹는다면, 그건 죄악이다.


지금 안철수에게 필요한 건 유승민 일파와의 통합으로 호남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과 제3정당을 지키려고 몸부림치는 손학규 대표를 외면해 중도층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한 점에 대한 사과다. 진정한 반성과 사과 없이 “또 안철수”라거나 “다시 한번 제3지대”를 외치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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