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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회동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미적미적’거리다가 대선 후보 선출 16일 만인 지난 26일에야 청와대에서 처음 만났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새로운물결(가칭)’ 창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그동안 여권 대선 구도에서 중립을 지킨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 제3지대 대권 주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게 사실상 힘을 실어준 셈이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때 그의 보좌관이었던 윤 의원은 여의도에 입성하기 직전까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근무한 친문 핵심인사다.
그는 이른바 당내 경선 과정에서 ‘명낙대전’이 한창일 때도 중립을 지켰다. 그의 언행이 곧 문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탓이다. 그런 윤 의원이 뒷말이 무성해질 것을 무릅쓰고 김 전 부총리의 공개 행사에 등장한 것이라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당일 함께 행사에 참석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일정 등을 이유로 일찍 자리를 떴지만, 그는 당일 행사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특히 당시 행사에는 윤 의원과 함께 친문 핵심으로 거론되는 홍영표 의원도 참석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복심인 윤건영 의원이 김동연 전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이후에야 이재명 후보와 회동한 셈이다.
회동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았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주고받는 말속에는 적지 않은 ‘뼈’가 있었다.
이 후보가 “지난 대선(경선) 때 제가 좀 모질게 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이제 1위 후보가 되니 그 심정을 아시겠죠”라고 가시 돋친 말을 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당시 비문계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때리기’에 전념했고, 이로 인해 친문 지지층의 눈 밖에 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 보니 여의도 정가에선 ‘문심’(文心)이 김 전 부총리에게 관심을 보인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문심이 이 후보와 김 전 부총리를 놓고 미묘하게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말도 여의도 바닥을 맴돌고 있다.
심지어 이러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플랜B’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물론 김동연 전 부총리는 이에 대해 “윤 의원이 온 것 때문에 (저를)문 대통령과 연결 짓는 말이 있지만, 잘 모르겠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제가 경제부총리, 윤 의원이 국정상황실장일 때 많은 논의를 (함께)했다”라며 개인적 인연을 앞세우기도 했다.
즉 개인적인 인연으로 윤 의원이 행사에 참석한 것일 뿐, 문 대통령과의 연결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대장동 게이트’로 인해 이재명 후보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플랜B’의 가능성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전 의원은 “민주당 대선 주자로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후부터 친문 중심의 민주당 심층부가 ‘플랜B’를 고심하는 눈치”라고 밝히기도 했다.
‘플랜B’란 대장동 공영개발 특혜의혹이 여전히 들끓고 있는 만큼 이재명 후보가 기소나 구속을 당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후보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재명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이 아닌 사실상의 명예직에 불과한 상임고문을 맡은 것도 후보교체를 염두에 둔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이 그 ‘플랜B’의 대상으로 김동연 전 부총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플랜B’의 가동 여부는 전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에 달렸다.
지금 바닥을 치고 있는 이재명 지지율이 반등세로 돌아가면 ‘플랜B’는 더 거론되지 않고 사그라들 것이다. 하지만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 컨벤션 효과는커녕 대장동 게이트로 인해 되레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반등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후보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자신과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업보다. 어쩌면 김동연 전 부총리에게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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