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유승민 엄포 무시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8-31 13: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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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그의 측근인 김웅 의원이 연일 정홍원 대선 경선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거론하며, 경선룰에 손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모양새다.


경선준비위원회가 해체 전에 ‘알박기’하듯 역선택을 ‘허용’한 것을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로 바로잡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유승민 전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틀 전 저의 공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 선관위원장은 ‘오직 윤석열 후보만을 위한 경선룰’을 만들려고 한다"라며 "경준위와 최고위가 이미 확정한 경선룰을 자기 멋대로 뜯어고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경고한다. 이미 확정된 경선룰은 토씨 한자도 손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역선택을 방지하는 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이 안 된다며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 압력을 놓기도 했다.


김웅 의원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앵무새처럼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 의원이 '정홍원 선관위'가 앞서 '서병수 경준위'가 해체 직전에 결정한 이른바 ‘역선택 허용’ 룰을 새롭게 수정하려 할 경우,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


그러면서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현재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자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데 다른 정당 당원이나 다른 정당 지지층의 의견을 묻는 건 옳지 않다는 판단 아래 이를 바로잡으려는 생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걸 못하게 사퇴압력을 넣는 것이다.


사실상 당은 새로운보수당 출신의 유승민 계가 장악하고 있다. 이준석 당 대표를 비롯해 곳곳에 유승민계 인사들이 박혀 있다.


해체된 경준위가 ‘역선택 허용’을 결정한 것 역시 유승민 전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탓일 게다.


지금 선관위원 12명 가운데 5명이 경준위에서 활동한 사람들이라는 점도 역선택 허용 조항을 바로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체 유승민 전 의원은 왜 상식에 반하는 ‘역선택 허용’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일까?


31일 공개된 여론조사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7~28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9%이고 유승민 전 의원이 12.1%다.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이 10%대를 돌파한 것은 의외다.


왜냐하면, 여야 대선주자들 전체에서 그는 ‘도토리 후보’로 분류될 만큼 지지율이 매우 낮은 탓이다.


실제 이재명 지사 29.1%, 윤석열 전 검찰총장 27.4%,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13.6%, 홍준표 의원 9.4%에 비하면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은 현저히 낮은 3.4%에 불과하다.


그런데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거의 3배에 가까운 12.1%로 ‘껑충’ 뛰어오르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국민의힘 당원이나 국민의힘 지지층은 그를 약체 후보로 보고 지지하지는 데 비해 그가 상대 당의 후보로 본선에 진출해 주기를 기대하는 민주당 당원이나 민주당 지지층이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당내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무려 55.5%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 반면 그가 본선에 진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민주당 지지층에선 고작 4.2%의 지지를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유승민 전 의원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가 자당 후보로 나가면 ‘필패 후보’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그의 지지율은 5.4%에 불과하다. 반면 그가 본선에 나와주면 민주당 후보가 이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민주당 지지층에선 16.4%가 그에게 지지를 보냈다. 국민의힘 지지층보다도 민주당 지지층에서 3배가량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이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고,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분명 유승민은 국민의힘 후보인데 민주당 지지층의 귀여움을 받아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면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이런 비정상을 바로 잡는 게 선관위원장의 역할이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유승민 엄포에 굴하지 않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당권을 장악한 유승민 일파가 선관위원장 사퇴를 압박하며, 경준위가 ‘알박기’한 경선룰에 대해 “토씨하나도 손대지 말라”고 엄포를 넣고 있으니 걱정이다. 그에게 묻고 싶다.


당의 주인은 당원인가. 아니면 이준석 대표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당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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