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권은 ‘양치기 소년’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3-30 13: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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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공정을 외친 위선의 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하고 30일 후임 정책실장에 이호승 전 경제수석을 임명한 것은 그런 민심에 굴복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왜 경질당했나?


자신이 주도했던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 직전인 작년 7월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셋값을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14.1%(1억2000만원)나 올린 탓이다. 임대차법은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전세금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 법안을 만들면서 자신은 법안이 만들어지기 불과 이틀 전에 그 3배 가까이 전세를 올려 받은 것이다.


그의 위선에 분노한 민심은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라며 폭발했고, 결국 문 대통령은 전날 그를 전격 경질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런 ‘내로남불’ 행태는 김 전 실장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임대차3법'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범여권 의원들도 작년 7월 법안 시행일을 전후해 5% 넘게 전세금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일부 여권 의원들의 경우, 김상조 전 실장과 함께 지난해 6월 초 발의된, ‘임대차 3법’이 7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다음 날인 31일 국무회의를 거쳐 즉각 시행되는 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위선은 치가 떨릴 정도다.


실제로 국회 재산신고 자료에 따르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의 서울 강남구 대치은마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을 5억4000만 원에서 5억9000만 원으로 9.3% 인상했다.


특히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지난해 8월 차남 명의의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기존 6억5000만 원에서 10억5000만 원으로 무려 61.5%나 올려 받았다. 범여권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도 강남구 논현동 건물의 임대 보증금을 8억1000만원에서 8억8000만원으로 8.6% 증액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 명의의 서울 양천구 목동청구아파트의 전세금을 5억3000만 원에서 6억7000만 원으로 26.4% 올렸다.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전세보증금 증액 사례가 나오긴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27일 자로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을 4억3000만 원에서 5억3000만 원으로 23.3% 올렸고, 하태경 의원도 지난해 3월 경기 안양시의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3억5000만 원에서 3억7000만 원으로 5.71% 인상했다. 그들 역시 비난받을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힘은 당시 ‘임대차 3법’을 반대한 탓에 그들의 행동을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과 똑같은 무게를 두고 ‘위선’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지금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은 전셋값 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입으로는 공정을 외치면서도 자신들은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한 데 있는 탓이다.


사실 범여권의 이 같은 ‘내로남불’ 행태는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귀책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당헌을 무리하게 개정하고 공천을 강행한 것 역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야당에서 공천한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보궐선거를 하게 되자 “재·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며 관련 규정을 만들었었다. 그런데 자신들은 당헌까지 뜯어 고쳐가며 공천을 했으니 이런 ‘내로남불’이 또 어디 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4·15총선 직전인 작년 3월에는 정치적 ‘꼼수’인 비례위성정당을 만든 야당을 비난하며 자신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꼼수’ 부리지 않겠다고 한 대국민 약속을 당원 투표로 뒤집은 뒤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아무리 야당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를 해도 통하지 않는 것은 여권의 이런 ‘위선’에 대한 심판여론이 비등한 탓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 의원들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위선이 쌓이고 쌓여 결국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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