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 10명 가운데 7명가량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불신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상대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를 얼마나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68.1%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라는 응답은 고작 24.9%에 그쳤고, 모름·무응답은 7.0%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 수사가 대장동 ‘몸통’으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의도적으로 피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김경률 회계사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떻게 검찰은 이재명 이름 석자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라자빠지냐?”라며 “이름 석자 덮고 피할 게 아니라 수사를 하라고 수사를”이라고 꼬집은 것은 이런 연유다.
실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후보에 대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임과 관련 공범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을 ‘651억원+α’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공 투자사업팀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유 전 본부장 배임 공범 혐의를 공통으로 적용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 대해서도 대장동 사업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정작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의 최종 인허가 및 결정권자인 이재명 당시 시장은 빠졌다.
배임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최종 ‘윗선’이 누구인지 가리는 가장 핵심적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올린 수천억원대 부당이익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그런데 수사팀은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에서 했던 ‘고정이익 확보’라는 정책적 판단을 배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 후보를 배임 공범에서 빼 버리고 말았다.
당시 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가 아무것도 몰라서 민간 업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수익이 돌아가도록 ‘정책적 판단’을 잘못한 것이라면 ‘배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멍청해서 바보 같은 결정한 것이 무슨 죄냐는 말이다.
이러니 서울중앙지검이 결국 유동규씨 선에서 꼬리를 자를 것이란 의구심이 제기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수사팀이 유동규씨를 추가 기소하면서도 배임의 피해자를 성남도시개발공사로 한정해 성남시로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한 것이 그 방증이다.
배임 피해 액수도 ‘수천억원’(유동규씨 구속영장)에서 ‘최소 1100억원대’(김만배씨 영장)로 바뀌더니 이번에는 ‘최소 651억원’으로 더욱 줄었다. 검찰은 법원이 배임 혐의를 까다롭게 보기 때문에 확정된 금액만 명시한 것이라고 했지만 석연치 않다.
특히 수사팀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당시 금품이 전달되지 않았다면 배임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판단을 이미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즉 검찰은 이재명을 배임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려놓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니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국민이 10명 중 7명이나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런 ‘꼬리 자르기’ 식 검찰 수사로 사건을 뭉개버린다고 해서 모든 게 덮어지는 건 아니다.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할 수밖에 없고, 특검이 검찰에서 밝히지 못한 이재명 후보 배임을 밝혀낸다면, 검찰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특히 수사팀은 ‘멍청한 검사들’로 낙인찍힐 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부실수사가 밝혀지면 그에 따른 대가도 치러야 한다.
그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은 지금 이재명의 이름을 덮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수사 대상이 누구이든 오로지 진실규명에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개검’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