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할리우드 액션’에 국민은 코웃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6-09 14: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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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권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투기 의혹을 전수조사한 결과 무려 12명이 투기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의 분노가 치솟았고, 그들을 징계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


결국, 민주당은 그들에게 ‘탈당 권유’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으로 민심 이반이 거세지면서 정권 레임덕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권익위 조사 결과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을 받는 윤미향, 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을 받는 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 양이원영, 오영훈, 윤재갑, 김수흥, 우상호 의원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가운데 비례대표인 윤미향, 양이원영 의원은 특별히 ‘탈당’이 아닌 ‘출당’을 조치하기로 했다. 비례대표는 탈당할 경우 의원직이 상실되지만, 출당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뭔가 대단한 징계 결정을 내린 것처럼 액션을 취하하지만, 실제는 금배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할리우드 액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이런 사실을 굳이 감추려 들지 않았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탈당-출당’ 조치에 대해 “당의 징계가 아니다”라며 “당의 정무적, 정치적 조치”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민 여론을 의식해, ‘징계’를 결정했지만, 실제로는 ‘징계’가 아니라 징계흉내를 낸 ‘정무적 조치’, 즉 ‘할리우드 액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윤미향 의원 등 국민적 지탄받는 의원까지 금배지를 지켜주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겠는가.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야당에서도 ‘양두구육’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례대표는 탈당할 경우 의원직이 상실된다”라며 “그래서 (민주당이) 비례대표에게는 의원직을 유지 시켜 줄 수 있게 출당 조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의원들이) 눈물까지 글썽거렸다고 하니 양두구육이란 말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런 민주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소속 의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여부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요청했다. 이미 지난 3월 소속 의원 전원에게 전수조사 동의를 받아 둔 상태다.


앞서 국민의힘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인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해 공정성을 담보받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표면상 이유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출신 전현희 전 의원인 만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권한 밖’이라는 입장이다.


감사원법 24조를 보면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라고 직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어 감사원이 전수조사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이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연유다.


물론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이 102명인 상황에서 만일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해 2명 이상이 투기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나오는 경우, 민주당처럼 이들을 출당 조치하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진다는 절박함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절박함이 ‘할리우드 액션’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특히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국회 비교섭단체 5개 정당도 이날 정부종합청사를 방문, 국민권익위원회에 국회의원 재산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마당이다. 유독 제1야당인 국민의힘만 권한 밖인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맡기겠다고 하는 건 그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민주당이 윤미향 의원 등 비례대표 두 명에 대해서만 특별히 탈당 권유가 아니라 출당 조치한 것은 그들의 금배지를 지켜주려는 간악한 ‘꼼수’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면피를 위한 그런 징계에 국민이 박수를 보낼 리 만무하다.


또 국민의힘이 권익위가 아니라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요청한 것은 사실상 전수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것도 안다. 마냥 고집을 부릴 경우, 4.7 재보궐선거에 보냈던 압도적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 경고하거니와 여야의 ‘할리우드 액션’에 국민은 코웃음을 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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